[통일포럼]실체적 접근 필요한 북한정보

세계지식재산권기구(WIPO)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북한의 국제특허(PCT) 출원 건수는 14건이다. 이는 1건 이상의 출원을 가진 149개 국가 중 92위(한국은 6위)에 해당한다. 북한은 한 해에 2∼4건의 국제특허를 출원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아프리카 최빈국들과 남태평양의 작은 나라들을 제외하면 최하위 수준이다. 미국 기업도 북한에 특허출원을 다수 하고 있다. 또 북한도 미국에 90년대 초 특허를 출원해 등록까지 받은 적이 있다. 미국특허 US 5,316,936이 그것이다. 미국특허를 받는다는 것은 국제무대로의 기술 진출이라는 의미를 부여할 수 있는 것인데, 북한은 이 부분에서도 마찬가지로 아직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특허 출원건수라는 양적 순위로 한 국가의 기술력을 절대적으로 측정할 수는 없지만 중요한 기준 중 하나임에는 분명하다. 국제특허 출원을 시행하는 데는 많은 비용이 든다. 경제사정이 어려운 북한으로서는 기술이전 등을 통해 명확한 수익 창출이나 시장 확보가 보장되지 않으면 섣불리 특허출원을 하지 못할 것이다. 이 때문에 극히 제한된 특허만을 국제 출원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기준으로 본다면 북한과 기술교류는 무의미해진다. 교류가 아닌 지원이어야 하는 것이다. 그러나 단순 지원 형태로는 교류나 협력을 이룰 수 없다. 주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받을 수 있는 무언가를 발견해야 하는 것이다. 먼저 북한이 보유한 인적, 물적 자원을 활용할 수 있는 시스템이 이뤄진다면 상호 호혜적 교류와 협력이 이뤄질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문제는 북한의 실상을 알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원칙적으로 그들에 대한 내용과 정보가 모두 통제되고 있기 때문이다. 공개되는 내용도 실상이라기보다는 홍보성 또는 체제 선전성 내용이 대부분이므로 그 진위를 파악하는 데는 전문가의 식견이 요구된다. 과거 정권 10년간 남북 교류를 통한 접촉은 엄청난 수로 늘어났다. 그러는 가운데 우리도 북한도 서로를 아는 데 많은 도움이 됐다. 아는 것은 곧 길이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제는 좀 더 깊이 있는 이해를 요구하고 있다.

 북한의 국제특허가 몇 건 정도라는 것은 정보의 활용성이 별로 없다. 좀 더 깊숙이 접근한 정보 분석이 필요하다. 구체적인 내용이 필요한 것이다. 어떤 기술내용으로 특허를 냈고 그 가치는 어느 정도고, 사업화하기 위한 기술도입 가치가 있는지를 정확히 파악해야 한다. 또 북한의 국가과학원 발명국(우리의 특허청에 해당)에서 데이터베이스화해 관리하는 북한의 특허정보에 대해 계량정보분석 기법을 동원해 우위점을 파악하고 한국과 협력 포인트를 발굴해야 한다.

 북한의 기술인력적 측면에서 가장 우선 활용할 수 있는 영역은 소프트웨어 개발 영역이다. 이마저도 북한이 제3산업총국 또는 정보산업지도국이라는 이름으로 산업 영역을 이끌고 있어 분산된 구조에서 진행되고 있다. 이 때문에 어떤 영역을 어느 기관이 전문성을 가지고 연구개발하는지 세밀한 정보가 부족하고, 그들의 정보기술력을 확인·평가하는 것도 미흡한 실정이다.

 북측은 실용주의를 표방한 새로운 정권이 들어서자 여러 조치를 취하면서 불편한 심기를 나타내고 있다. 이제 북한과 얼마간의 휴지기를 갖더라도 북한의 실체적 접근을 위한 노력과 남북 간의 과학기술 공동체를 만드는 기초연구를 우선시해야 한다. 최현규 KISTI 계량정보연구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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