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길 먼 기간통신 역무 통합

  기간통신역무 3분류 통합으로 사업자가 다른 서비스 영역으로 쉽게 진출할 수 있는 길이 열린 지 4개월 이상 지났지만 실제로 서비스를 확대한 사업자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개별 서비스를 어떤 절차를 거쳐 제공해야 하는지가 불분명하고 규제 내용이 정비되지 않는 등 보이지 않는 ‘진입장벽’이 존재하고 있기 때문이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15일 전기통신사업법 시행규칙 개정으로 전화 역무, 가입전신, 인터넷접속, 인터넷전화 역무 등이 전송역무로 통합돼 이중 하나의 통신서비스 허가를 받은 사업자는 별도 허가 절차 없이 전송역무 내 다른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됐다. 하지만 현재까지 이를 활용해 타 사업에 진출한 사례는 없는 상황이다.

방송통신위원회(옛 정통부)가 시행규칙의 개정으로 통신사업 진입규제가 완화돼 사업자간 경쟁 및 자율성이 확대될 것이라는 예상이 완전히 빗나간 것이다.

이는 제도 정비에 따른 후속조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서비스 영역 확대를 준비하고 있는 한 업계 관계자는 “기간통신역무 내 개별 서비스를 어떠한 절차로 추가적으로 제공할 수 있는지가 불분명하다”면서 “개별 서비스별로 규제하는 상호접속기준, 설비제공기준, 번호관리세칙 등이 보완돼야 한다”고 말했다.

인터넷접속 서비스 허가를 받은 케이블TV방송 사업자가 국제전화 서비스를 제공한다고 가정할 때 허가를 받을 필요는 없지만 실질적으로 어떤 절차를 거쳐 사업에 진출할 수 있는지 규정이 없다는 얘기다.

또 새로운 기간통신역무 분류에 따른 기간통신 사업자 허가서 갱신도 지연되고 있다. 지난해 전기통신사업법 시행규칙 개정안 발표 당시 방통위는 12월 중 기존 통신사업 허가장을 개정된 내용에 맞게 일괄적으로 교체 발급할 예정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와 함께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의 처리 지연도 통신사업자들의 자율성을 확대하는 데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에는 3분류 통신 역무를 완전히 통합하는 내용이 담겨 있지만 각종 정치 일정으로 국회에서 통과되지 못하고 있다.

방통위 관계자는 “역무 통합은 통신 시장의 진입장벽을 낮춰 사업자간 경쟁을 촉진하자는 것”이라며 “진출하려는 사업자들은 기존 서비스의 규제를 그대로 따르면 된다”고 밝혔다.

황지혜기자 goti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