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텔레콤과 LG텔레콤이 800㎒ 황금주파수의 공동 사용(로밍) 문제로 다시 한번 맞붙고 있다.
SKT는 800㎒ 로밍 반대 의사를 강하게 피력한 가운데 주파수가 아닌 ‘기지국 공동 활용’이라는 카드를 뽑아들었다. 주파수 로밍은 SKT가 독점하고 있는 800㎒ 주파수를 다른 사업자가 활용, 이동통신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지만 기지국 공용화는 사업자 간 장비 등 부대 시설만을 공동으로 사용하는 것을 말한다.
LGT 측에서는 SKT와 LGT의 주파수 특성이 서로 다른만큼 기지국 공동활용이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이처럼 두 사업자가 장기간 평행선을 달리면서 방송통신위원회와 공정거래위원회의 정책적 판단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주파수 로밍이냐, 기지국 로밍이냐=지난 29일 방통위에서는 SKT, KTF, LGT의 3개 이통사업자가 모두 모인 가운데 800㎒ 모인 관련 회의가 열렸다.
이번 회의에서 SKT는 로밍 불가 방침을 다시 한번 확인하면서 기지국 공용화는 고려해 보겠다는 대안을 제시했다. 기지국공용사용은 현행 법에 규정돼 있는 내용으로 이미 국립공원, 군부대 등지에서 활용되고 있다.
이에 LGT는 반대 의견을 분명히 했다. LGT 관계자는 “800㎒ 주파수는 1.8㎓(PCS 주파수)에 비해 기지국당 커버리지가 네 배 이상 넓어 기지국 공용화를 하더라도 커버리지의 차이가 클 수밖에 없다”면서 “단순히 철탑 등의 기지국 부대시설만을 같이 쓸 때에는 1.8㎓ 주파수가 커버하지 못하는 지역에 또다시 두 배 이상의 추가 기지국을 설치해야 하는 문제가 발생한다”고 말했다.
이번 회의에서 LGT는 한발 나아가 로밍을 허용하면 기간을 1∼2년으로 한정해서는 안 된다는 의견도 피력했다.
◇방통위 판단 주목=여전히 사업자들이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평행선을 달리면서 관련기관의 판단이 주목되고 있다.
주파수 이슈는 이중규제 논란을 불러일으키면서 공정위와 방통위가 각각 다른 시각에서 다루고 있다. 공정위는 SKT의 하나로텔레콤 인수와 관련해 로밍을 인수조건으로 제시한 바 있다. 하지만 SKT는 이에 이의제기를 한 상황이다. 공정위는 오는 6월까지 답변을 내놓을 예정이다.
이명박정부가 ‘규제 해소’를 기치로 내건만큼 공정위가 로밍에 대해 강력한 의견 개진은 어렵겠다는 것이 업계의 시각이다.
방통위는 상반기 안에 로밍이 가능하도록 제도를 정비하겠다고 밝힌만큼 조만간 관련 내용을 밝힐 것으로 보인다. 로밍 허용 방침은 거스를 수 없겠지만 로밍 수준을 어디까지 할 것인지가 관심사다. SKT의 기지국 공동활용 요구를 받아들이면 이는 주파수 로밍이라는 애초 방통위의 취지와는 동떨어진 결론이 된다.
이에 방통위 관계자는 “상반기 내 제도를 정비해서 로밍을 활용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며 원론적인 의견을 전했다.
황지혜기자 goti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