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IT기업 창업자 표준, 39세 대졸 이상

 ‘대학을 중퇴한 20대의 컴퓨터 천재’를 IT기업 최고경영자(CEO)의 표준으로 생각한다면 큰 오산이다.

 미국 카우프만재단이 최근 의료분야를 제외한 502개 미국 기술 기업의 미국 국적 창업자 65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기업을 창업할 당시 평균 연령은 39세, 학력은 학사 이상인 것으로 나타났다.

 고졸 출신으로 실리콘밸리의 신화가 된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회장, 스티브 잡스 애플 회장에서부터 역시 하버드대를 중퇴하고 20세에 페이스북을 창업한 마크 주커버그 등 일부 청년 CEO들의 창업 일화가 워낙 주목을 받다 보니 일반적인 사례로 인식됐을 뿐, 실제로는 학문과 경륜을 충분히 쌓은 중년의 나이에 회사를 설립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는 것이다.

 카우프만재단은 미국 IT기업 창업CEO 표준에 들어 맞는 창업자로 RF IC업체 세콰이어 커뮤니케이션스를 설립한 존 그로에 최고기술책임자(CTO)와 존 커치 홀월드 사장을 꼽았다. 존 그로에는 2000년 세콰이어를 창업할 당시 캘리포니아주립대와 서던캘리포니아대학교에서 학사와 석사학위를 취득한 후 무선통신업체 3군데와 위성통신업체 1곳에서 경력을 쌓은 38세의 베테랑 엔지니어였다. 또, 존 커치 사장은 서던 일리노이 대학을 졸업한 후 1년 간 디자인회사에서 근무한 경험을 살려 로욜라대학에서 제품디자인경영 MBA를 이수한 후 2001년 33세의 나이에 홀월드를 창업했다. 대학을 졸업하고 3∼4년 간 석사나 박사 등 전문 교육을 받거나 사회생활을 한 후 경영자로 변신하는 것이다.

 조사를 총괄한 하버드법대 비벡 와드하 박사는 “닷컴 붐이 창업자에 대한 고정관념을 비현실적으로 왜곡시켰다”며 “대다수 경영자는 고등 교육을 받고 실무 경험을 익힌 30대 후반에 창업을 하는 상식적인 전철을 밟았다”고 분석했다.

 IT기업 창업자의 92%는 최종학력이 학사였으며 석사와 박사 학위 소지자도 각각 31%와 10%에 달했다. 학위의 과반수가 과학, 기술, 엔지니어링, 수학 관련이었으며 3분의 1은 경영, 회계, 금융 분야 학위를 가진 것으로 집계됐다. 하버드, 스탠퍼드, 펜실베니아 등 유명 대학 출신 창업자는 전체 조사 대상의 8%였다.

 또 대학 수준과 회사의 직원수, 매출은 비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005년 창업한 기업의 평균 직원수는 42명, 매출은 570만달러였는데 이중 아이비리그 등 일류대학 출신 창업자의 회사는 직원수 55명에 매출은 670만명이었다. 반면, 고졸 창업자의 회사는 평균 직원수 18명에 220만달러 매출을 기록했다.

 조윤아기자 forang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