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래 들어 경제살리기 정책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이에 정보산업계에서도 곧 정부의 정보화 정책과 디지털 정부의 획기적인 정책이 나올 것을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한동안 논쟁이 뜨거웠던 한반도 대운하 건설로 자칫 정보화 예산이 삭감되는 것은 아닌지 걱정들이다. 그러나 이는 기우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그간 우리 손으로 닦아온 실력으로 IT강국이라는 브랜드를 만들긴 했지만, 국제 무대에서 경쟁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투자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정부는 하드웨어 중심의 IT강국을 디지털강국으로 발전시킬 국가정보화 정책을 확대할 것이다.
정부는 80년대 말 국가기간전산망 사업을 시작으로 디지털정부 구현을 위해 지속적인 노력을 전개해 왔다. 그 결과 정보통신 인프라를 세계 최고 수준으로 구축했다. 그리고 디지털정부를 통해 정책 프로세스를 개선하고 업무 효율화를 이루었다. 특히 인터넷을 이용한 온라인 민원서비스 확대, 민원처리 업무의 단일창구 구현 등 대국민 서비스를 획기적으로 개선했다. 그러나 반성할 점도 많다. 아직도 부처마다 다른 시스템과 인프라를 구축하고 있다 보니 중복되고 비효율적인 부분도 많다.
민간 기업은 이미 통합된 시스템으로 고객의 주문을 받으면 바로 생산시스템에 전달돼 맞춤형 상품이나 서비스가 제공된다. 통합된 데이터베이스로 누구든지 필요한 정보를 활용한다. 시스템 고도화는 경쟁 전략적 차원에서 추진되므로 지속될 수밖에 없다. 정부의 디지털화도 마찬가지다. 세계 각국이 디지털정부의 고도화에 열을 올리고 있어 차세대 디지털정부의 신속한 전략 기획과 정책 추진이 요구된다.
무엇보다도 시급한 게 강력한 추진 체계의 확립이다. 자율, 실용적 추진이 대세를 이루고 있으나 당장의 가시적 성과가 나타나지 않는 분야는 강력한 추진 체계에 의한 실용적 접근이 요구된다. 업무 생산성 향상과 대국민 서비스의 질적 제고 등 더욱 실용적인 지표에 따른 성과 측정도 필요하다. 그러므로 강력한 추진 주체에 의한 방향설정, 실행 계획 수립, 체계적인 투자·성과 관리, 안전성과 보안 관리 등이 일관되게 이루어져야 한다.
둘째, 통합과 연계시스템 구축이다. 과거 민간 기업에서도 그랬듯이 통합·연계되지 않으면 중복된 투자가 불가피하다. 필요에 따라 각 부처가 국가적 차원의 종합 계획 없이 시스템을 구축하게 되면 중복과 낭비를 피할 길이 없다. 통합전산센터가 있지만 다양한 시스템과 인프라가 각기 구축된 상태이므로 이를 통합과 연계 관점에서 전면적으로 정리해야 한다.
셋째, 실용적 서비스의 발굴이다. 그간 구축된 정보통신 인프라를 통합해 제대로 활용할 때 정부의 정보화도 정당성이 인정된다. 모든 자원이 연계되면 엄청난 시너지를 낼 응용시스템을 개발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대민창구 통합에 따른 원스톱 서비스는 인터넷상에서 개인정부(MyGov) 창구를 거쳐 국민의 생애 관리서비스를 맞춤형으로 제공할 수 있다. u재난방지시스템은 행정안전부, 기상청, 소방방재청, 각 지방자치단체 등 국가의 관련 부처 시스템을 연계하고 실시간 공유함으로써 장마·태풍·폭설 등 국가 재난에 지능형 대처 방안을 제안하고 필요 시 자체적으로 실행한다.
오늘날 정보화 기반 없이는 기업도, 정부도, 심지어는 개인도 무엇 하나 할 수 없다. 이러한 추이는 날이 갈수록 심해질 것이다. 즉 지속적인 투자와 관리 없이 개인, 기업, 나아가 국가경쟁력이 유지될 수 없다.
우리는 지금 디지털강국이라고 인정받고 있다. 힘들여서 구축한 브랜드로 막대한 달러를 벌어들일 절호의 기회를 맞이한 것이다. 디지털로 올인할 정부의 디지털정부 및 정보화 정책이 더욱 강력하게 수립되고 추진된다면 디지털경제는 국민소득 4만달러 달성에 크게 기여할 것이다.
노규성(선문대 교수·한국디지털정책학회장)ksnoh@sunmoom.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