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적인 경제강국인 미국·일본과 신흥 경제강국으로 부상하고 있는 중국·인도. 이들 나라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바로 국가경쟁력 강화를 위해 SW산업 육성을 국가적 어젠다로 추진하고 있다는 점이다. 미국은 SW분야에서 초강대국 위치에 있지만 국가SW최고회의(National Software Summit)를 거쳐 여전히 국가 인프라로서의 SW를 강조하고 있고, 일본 또한 IT서비스산업 육성을 위한 정부차원의 전략을 펴고 있다. 중국은 이미 중관춘을 비롯해 11개 지역을 국가급 SW산업기지로 육성하고 있고, 인도도 국가발전대책반(NTFIT)을 구성해 SW중심의 IT산업 육성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이렇게 경쟁국들이 SW산업 육성에 목을 매는 것은 SW가 제조업이든 서비스업이든 모든 산업의 경쟁력을 제고시키는 획기적인 도구이자 핵심인프라기 때문이다. 산업사회에서 경제의 핵심인프라가 철과 반도체였다면 지식기반 경제에서는 SW가 산업의 쌀이자 국가경쟁력의 척도로 떠오르고 있다.
그러면 우리 SW산업의 현실은 어떠한가. 안타깝게도 우리나라는 ‘SW생산국’이 아니라 ‘SW수요국’이다. 세계 시장에 수출되는 SW 규모는 채 1조원이 안 된다. 세계 시장에 명함을 내놓을 만한 SW가 아직 없는 실정이다. 국내 SW시장 또한 외국기업이 상당부분 차지하고 있다. 한마디로 국가 경제의 핵심 인프라를 매번 사다 써야 하는 판국이다. 그렇다고 SW산업을 포기해서는 안 된다. ‘산업화는 늦었지만 정보화는 앞서 가자’는 캐치프레이즈로 IT강국을 일궈냈듯, 대한민국이 지향하고 있는 지식경제로의 도약을 위해서 SW산업은 필수조건이다. 다행히 국내 시장은 교통카드시스템·금융리스크관리시스템·전자정부 등이 글로벌 레퍼런스가 될 수 있는 강점이 있다. 여기에 자동차·조선·IT제조업 등 다양한 산업 분야의 축적된 경험을 보유하고 있어 SW산업과 기존산업의 융합을 통해 새로운 시장을 창출할 수 있는 무한한 잠재력이 있다. 한국경제가 GDP 3만달러, 4만달러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SW가 만드는 새로운 시장을 모멘텀으로 삼아야 한다. 정부나 기업 모두 IT서비스 모델 중심의 SW 신시장을 창출할 수 있는 틀을 만들고, 자동차·조선 등 전통 제조업에 SW기술 접목을 통한 +0.5차 산업을 육성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SW인력에서부터 개발-생산-품질-마케팅-수출에 이르기까지 각각의 기능이 상호 시너지 효과를 발휘할 수 있도록 분산돼 있는 SW산업 진흥 기능을 통합·조정해야 한다. 인력 양성 따로, 개발 지원 따로, 수출 진흥을 따로 했다가는 ’SW수요국‘에서 ’SW생산국‘으로 옷을 갈아입지 못한다. 경쟁국들은 이미 SW에 특화된 정부조직, 산하기관을 통합·신설해 SW산업 육성 원스톱 체제를 구축하고 있다. 일본은 정보처리기구(IPA Japan)를 중심으로 SW산업 관련 법제도, 인력양성 기능과 함께 기업지원 컨설팅, 투자 지원 기능 등을 통합·개편해 강력한 시너지 효과를 창출하고 있다. 중국 또한 SW 및 집적회로 추진센터(CSIP)를 신설해 유관산업과의 연계를 조율하는 컨트롤타워 역할을 함으로써 SW가 국가 산업 발전에 효과적으로 활용되도록 힘을 쏟고 있다. 국가적 차원에서 SW산업을 전략적으로 육성하지 않고서는 기존 산업의 발전, 국가경쟁력의 향상을 논할 수 없기 때문이다. SW는 단순히 IT산업의 일부가 아니다. 주식회사 대한민국의 미래를 보장하는 새로운 성장동력이자 모든 산업의 경쟁력을 한 단계 끌어올리는 디딤돌이다.
유영민/한국소프트웨어진흥원장 ymyou@software.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