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통신 시장의 ‘번호 이동’을 방불케 하는 새로운 이동이 인터넷 세상에서 벌어지고 있다. 웹 2.0의 화두로 이른바 ‘데이터 이동(Data Portability)’이 급속히 부상하고 있는 것.
데이터 이동이란 웹사이트들이 제휴를 맺고 회원들이 자신의 프로필을 제휴 사이트에 공개하거나 공유할 수 있도록 선택 사항을 제공해주는 것을 말한다.
마치 이동통신 시장에서 번호를 바꾸지 않고도 다른 경쟁업체 통신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거처럼, 웹에서도 내가 속한 사이트를 떠나지 않고도 다른 사이트의 회원들과 교류할 수 있다는 개념이다.
데이터 이동의 큰 물꼬는 미국 1위 인맥구축사이트(SNS)인 마이스페이스가 열었다. 지난 9일 마이스페이스는 데이터 이동 정책을 발표하고 야후· 이베이·포토버킷·트위터 등 다른 온라인 사이트와 회원 프로필을 공유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마이스페이스 회원들은 자신이 원한다면 원하는 사이트에 프로필을 공개해 외부 사이트에서도 커뮤니티 활동을 할 수 있다. 만약 마이스페이스 프로필의 사진이 바뀐다면, 제휴 사이트 프로필도 자동으로 바뀌는 식이다.
데이터 이동이 화두로 떠오르는 이유는 간단하다. 웹 2.0의 본질 중 하나인 공유를 통해 회원의 인적 네트워크를 확장해 줄 수 있고 이는 회원의 충성도를 높이는 방법이기 때문이다. 사용자들은 여러 사이트에 돌아다닐 필요없이 익숙한 사이트에서 자신의 정보를 집중 관리할 것이기 때문이다.
마이스페이스 크리스 드워프 창업자 겸 CEO는 “이제 마이스페이스는 더 이상 인터넷에 독립해 있는 섬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마이스페이스의 뒤를 이어 구글·페이스북·야후 등도 회원 정보를 공유하는 등 데이터 이동이 큰 물결을 이루고 있다.
12일에는 구글과 페이스북은 SNS의 친구 목록과 개인 프로필을 외부 사이트에서도 안전하게 이용할 수 있는 서비스 ‘구글 프렌드 커넥트(Google Friend Connect)’ ‘페이스북 커넥트(Facebook Connect)’를 각각 발표했다. 구글은 짧은 코드만 추가하면 사용자 등록 및 초대는 물론이고 회원 갤러리(사진첩)·메시지 투고·리뷰 등을 페이스북이나 오컷(Orkut)·프래이쇼(Plaxo)·Hi5 등과 공유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페이스북도 친구와 프로필 사진, 이벤트 등을 제휴를 맺은 웹사이트 사이에 이식할 수 있다.
야후가 곧 선보일 ‘오픈 전략(YOS)’에도 데이터 이동 정책이 중요한 전략으로 자리 잡고 있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류현정기자 dreamsho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