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조직 개편에 따른 과학기술 분야의 위상 약화를 놓고 많은 사람이 걱정하고 있다. 정권만 바뀌면 과학기술정책은 변한다고 하고 과학기술자의 의견은 묵살됐다고 말하지만, 당사자인 일선 연구자들은 별로 관심을 보이지 않고 있다. 일선 과학자들이 왜 무관심하게 됐는지, 이제까지의 과학기술 행정은 어떠했는지 과학기술계 내부를 돌아보며 살펴봐야 할 때다.
각 부처에 산재한 정책평가센터의 통합일원화, 부처별 연구과제 양식의 통합, 연구 자율성 확보 방안, 연고주의 철폐 등 일선 과학자들이 현장에서 느끼는 여러 문제가 간과돼온 것이 하나의 이유일 것이다. 물론 과학기술부라는 행정조직이 존재하기에 긍정적인 면도 있었다. 하지만 실제로 과학기술 행정의 중심에 일선 과학자들이 존재했는지, 일선 연구자들이 체감하는 혜택은 과연 어느 정도였는지 의문이다. 오히려 상부기관으로서 군림하고 연구를 잘 모르는 업무를 기획한 일은 없는지, 그래서 과학기술부가 어떻게 되거나 말거나 하는 식의 자조적인 이야기들이 과학자들 사이에 회자됐던 것은 아닌지 과학기술계 내부의 철저한 반성이 우선돼야 한다.
또 당사자인 우리 연구자들 내부는 어떠했을까. 모든 것을 남의 탓으로 돌리며 무관심과 냉소주의로 지내온 일은 없는지, 논문·특허 등의 연구 성과와 개인의 역량보다는 학연·혈연·지연에 얽매인 연고주의는 없는지, 남성이니 여성이니 하는 역차별적인 요소가 없었는지, 인센티브조차 가급적 균등하게 하자는 온정주의는 없었는지 한번 생각해 봐야 할 것이다.
훌륭한 과학기술 행정은 어려운 것이 아니다. 일선 과학자들의 수요를 행정에 반영하고, 연고주의를 떠나 연구성과에 입각한 올바른 평가 및 인사제도를 갖추면 된다. 또 역지사지하는 자세로 늘 일선 과학자들의 위치에 서서 생각하고 나아가 그들의 전문성이 발휘되도록 도와주며, 과학자들이 사회적으로 존중될 수 있는 분위기 조성과 제도 정착이 바람직한 과학기술 행정이라 하겠다.
우리나라의 미래발전을 위해 오늘도 과학기술 현장에서 매진하는 ‘현재 진행형 일선 과학자들’에게 다시 한번 따뜻한 격려의 박수를 보내며, 각 분야의 일선 과학자들을 향한 국가와 우리사회의 보다 깊은 애정과 신뢰를 간절히 기대해 본다.
류재천 한국과학기술연구원 책임연구원 ryujc@kist.re.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