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그룹이 14일 특검수사 때문에 미뤄왔던 사장단 인사를 전격 단행했다. 이번 인사로 삼성전자는 윤종용 총괄대표이사 경영체제에서 이윤우 체제로 새로운 진용을 갖추게 됐다. 삼성전자는 가급적 이번주 내에 후속 임원 승진인사까지 마치는 등 하루빨리 경영정상화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지난번 이건희 회장의 퇴임이 그렇듯 이번 윤 부회장의 퇴진도 다소 예상 밖이다. 지난 1997년부터 12년간 삼성전자 총괄 대표이사를 맡아온 그는 좀 더 리더십을 발휘해 달라는 최고경영진의 부탁도 고사, “지금이 물러날 적기”라고 했다고 한다. 삼성전자가 오늘날의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한 데는 그의 탁월한 리더십이 있었음을 부인할 수 없다. 서울대 전자공학과 출신으로 국내 대표적 테크노크럿인 그는 80년대 삼성전자의 VCR사업을 세계정상으로 올려놓은 것을 비롯해 휴대폰·컴퓨터 등 다양한 전자제품을 융합하는 디지털컨버전스 사업에서도 뛰어난 역량을 보여주었다. 이 때문에 세계적 경제주간지 비즈니스위크의 표지인물로 선정된 바 있으며 포천지는 그에게 ‘기술 마법사(tech wizard)’라는 별명을 붙여주기도 했다. 윤 부회장의 바통을 이어받은 이윤우 대표는 30여년간 삼성전자에 몸담으면서 반도체사업의 성공 신화를 일궈온 대표적 기술경영자다. 특히 삼성전자 반도체총괄을 거쳐 기술총괄을 맡으면서 이 회사의 경쟁력 원천인 기술개발 전략 전반을 관장했으며, 최근까지 대외협력담당으로 활동하며 글로벌 거래처는 물론이고 업계 주요 지지자들과 활발히 교류하며 삼성전자의 대외적 이미지를 크게 높였다는 평가다. 이건희 회장에 이어 윤종용 부회장까지 물러나 안팎의 시선이 각별한 지금, 이윤우 체제의 삼성전자가 갈 길은 명확하다. 하루빨리 세계 제일의 초일류기업으로 부상하는 것이다. 이는 결코 쉽지 않지만 불가능하지도 않다. 이미 여러 방안이 나와 있다. 일례로 지난 연말 윤종용 부회장은 한국경제가 한 단계 성장하기 위해서는 산업발전을 주도하는 초일류기업이 많아져야 한다면서 이의 조건으로 비전, 통찰력, 혁신, 창의와 도전, 기술, 스피드, 신뢰 등을 거론한 바 있다. 내로라하는 세계적 기업으로 성장한 삼성전자지만 유독 창의와 도전 분야에서는 아직 부족한 면모를 보이고 있다. 구글과 혼다처럼 창조적인 조직 문화를 만들고, 도전 중시를 위해 최선을 다한 실패는 용인하자고 외치고 있지만 아직 자리 잡지 못하고 있는 느낌이다. 어쩌면 지금처럼 1년 단위로 실적을 평가해 바로 임원을 교체하는 문화에서는 이 같은 일이 불가능할지도 모른다. 그런 의미에서 삼성전자는 새로운 패러다임이 필요하다. 얼마 전 이건희 회장은 “정신 차리지 않으면 5∼6년 후 아주 혼란스러운 상황이 올 것”이라고 경각심을 불러일으켰다. 새 사령탑을 맞은 삼성전자가 세계 제일의 초일류기업이 되기 위해 다시 한번 모든 임직원이 심기일전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