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와 LG전자의 잇따른 손잡기가 신선한 충격을 주고 있다. 가전시장에서 글로벌 톱 자리를 놓고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는 삼성과 LG가 LCD TV 패널을 교차 구매키로 했고 차세대 모발일 TV 기술 규격을 공동 개발키로 한 것은 오랜만에 들려온 낭보에 다름아니다. 특히 세계 시장에서 차지하고 있는 양사의 위상을 감안한다면 한국 연합군 진용은 그야말로 막강 군단의 모습을 보여줄 전망이다. LG디스플레이까지 포함한 삼성·LG 간 패널 교차 매입은 그간 상징적 의미의 대기업·대기업 협력 차원에서 진행돼 왔지만 기술과 영업 기밀이 얽히고설켜 있어 쉽사리 현실적 진전을 이루지 못했었다. 지난 정부에서도 대대협력을 통한 시너지와 이를 대·중소기업 간 협업 체제로 연계 정착시키기 위한 양사의 전략적 제휴를 독려했었다. 그럼에도 세트시장에서의 양사 경쟁이 워낙 격화되고 있었고 라이벌 기업 간 자존심까지 가세해 실천을 담보하지는 못했다. 이 와중에 어부지리는 대만업체들이 챙겼고 급기야는 패널 생산에서 한국을 추월하는 어이없는 상황까지 벌어졌다. 물류비용과 기술력이 훨씬 뛰어난 세계 1, 2위 업체가 서로 외면하는 사이 큰 틀에서의 LCD산업 경쟁력이 뒷걸음 친다는 우려까지 제기됐다.
이번 제휴로 양사는 각각 부족한 부문의 패널을 손쉽게 획득할 수 있는 길이 열렸고 모듈·셀에 이르는 주요 제품까지 교차 구매 범위를 확대하기로 한 것은 대승적 차원의 결단이라 아니할 수 없다. 특히 이번 조치의 진정성을 겨냥해 양사가 상시 채널을 가동키로 한 것은 선언적 의미에서 한 걸음 나아가 본격적인 상생 협력 수준에 돌입하겠다는 의지로 읽혀져 더욱 반갑다.
정부의 역할 역시 박수받아 마땅하다. 총론에는 동의했지만 좀처럼 해결하지 못했던 각론에서의 이견을 줄이기 위해 매개자로서 동분서주해 결국 국가의 글로벌 경쟁력을 끌어올리는 계기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지식경제부의 숨은 노력은 더욱 돋보인다. 이명박정부가 출범한 이후 행정부 곳곳에서 파행과 마찰음을 내면서 국민을 실망시키고 있는 판에 IT 주무부처로 자리 매김한 지경부가 이처럼 속시원한 뉴스의 한쪽을 차지하고 있다는 것은 매우 고무적이다.
모바일TV 규격 공동 개발은 세계적 강자들이 힘을 합쳐 한국형 기술을 세계 표준으로 밀어올릴 수 있는 기반을 확보했다는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 향후 1억5000만대가 넘어설 정도로 시장성이 풍부한 차세대 제품을 삼성·LG의 주도로 표준화, 시장 선점에 나설 수 있다는 것이다. 필요하다면 악마와도 손을 잡는 것이 비즈니스의 생리다. 적과의 동침이라 표현하지만 삼성·LG의 짝짓기가 세계 시장 정복이란 더 큰 공동의 목표를 향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