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세라믹과 대일 적자

 ‘왜 세계에서 뒤처지나-일본의 화학산업’이란 책이 출판될 정도로 미운 오리 새끼 취급을 면치 못하던 일본 화학산업이 꼭 10년 후 일본의 자동차, 전자산업을 제치고 세계를 선도하는 산업으로 우뚝 설 수 있었던 근본은 무엇이었을까.

 정답은 바로 ‘소재’였다. 세계시장 점유율 100%를 자랑하는 편광판 보호필름처럼 소재 원천 기술이 있기에 가능했다. 그런 독점적 기술력으로 일본은 오늘도 우리나라와 세계를 상대로 엄청난 달러를 벌어들이고 있다.

 바야흐로 ‘기술천하지대본’ 시대다. 세계는 기술력을 가진 국가를 중심으로 돌아가며 기술은 바로 소재에 의해 지배되고 있다. 대일적자의 주범이 부품소재라지만 더 정확히는 소재다.

 열심히 자맥질해 물고기를 잡아 보지만 묶여 있는 목줄에 의해 다시 토해내야만 하는 가마우지가 있다. 수출이 늘수록 대일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즉 세계를 상대로 벌어들인 달러를 고스란히 일본에 바치는 우리 산업계의 현실은 가마우지의 처지와 닮아 있다.

 전자·방위·환경·에너지·바이오·의료·통신 등 거의 모든 산업 분야에 필수적인 아이템이 세라믹이며 그러한 첨단 산업들을 지탱하고 선도할 수 있는 핵심이 바로 세라믹 산업이다. 그러나 금속이나 화학 등 다른 소재에 비해 세라믹은 그간 미운 오리 새끼 취급을 받아왔던 것 또한 사실이다.

 이제는 가마우지의 목에 겹겹이 묶인 소재 원천기술이란 목줄을 풀 때다. 세라믹을 비롯한 소재를 지배하기 위한 10년 아니 20년짜리 국가적인 장기 계획을 세워야 한다. 왜 이 정도밖에 안 되냐는 책까지 출판됐지만 10년 후 세계를 선도하는 소재강국이 된 일본을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한다.

 대일적자 300억달러 시대를 살고 있는 현실을 곱씹으며 그간 단역 배우 취급을 했던 소재를 주연급으로 격상시켜 그에 걸맞은 투자와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세라믹이 그 선두주자로서 앞장 설 것이다.

요업기술원 성과관리팀 정봉용 박사 jby@kicet.re.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