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1위 방송 CBS, C넷 인수

미국 1위 방송 CBS, C넷 인수

 또 하나의 대형 미디어 인수합병(M&A)이 성사됐다. 시청률 기준 미국 1위 지상파 방송사인 CBS가 IT 전문 뉴스 사이트인 C넷을 전격 인수하기로 한 것이다. CBS가 제시한 매수 금액은 주당 프리미엄을 45% 얹은 18억달러, 우리 돈 1조8000억원에 달한다. 워싱턴포스트·포브스·CNN머니 등은 급속한 매체 지형 변화 속에 또 터져 나온 ‘올드미디어의 뉴미디어 인수’ 소식에 큰 관심을 보였다.

◇ABC, NBC에 이어 CBS까지=워싱턴포스트는 CBS를 방송국 사이에서 잇달아 벌어지고 있는 디지털 기업 인수 행진의 ‘마지막 주자’라고 평가했다. 미국 주요 TV 방송국 중 ABC와 NBC, 뉴스코프 등은 이미 디지털 콘텐츠 관련 기업을 2개 이상 인수했다. 특히 루퍼트 머독이 이끄는 뉴스코프는 2005년 인맥구축사이트 ‘마이스페이스’를 5억8000만달러에 사들인 후 매출 확대와 주가 상승에 큰 효과를 봤다.

워싱턴포스트는 일단 CBS 레슬리 문브스 CEO가 톰 프레스톤 전 비아콤 CEO의 전철을 밟지 않게 됐다는 점에서 안도의 한숨을 쉬고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프레스톤 전 CEO는 마이스페이스 인수전에서 머독 회장에 패한 뒤 결국 비아콤 회장인 섬머 M. 레드스톤에 축출당했다. 미디어 업계의 거물로 디지털 기기를 다루는 데 능숙한 레드스톤은 CBS 회장이기도 하다.

◇왜 C넷인가=더 말할 것도 없이 ‘온라인 시장 개척’이라는 시대적 임무 때문이다. C넷은 강력한 브랜드 파워를 바탕으로 게임·음악·엔터테인먼트·음식·육아 등 다양한 뉴스를 온라인으로 전하고 있다. 특히 소프트웨어 다운로드 서비스와 각종 기술 신제품에 관한 상세한 리뷰로 호평을 받고 있다. 퀸시 스미스 CBS인터랙티브 사장은 “C넷은 CBS가 검색 및 커뮤니티 사이트로 확장하는데 도움을 줄 것”이라며 “또 C넷은 CBS의 인기 콘텐츠를 온라인으로 서비스해 더 큰 인기를 얻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시티인베스트먼트리서치에 따르면 C넷은 1000페이지뷰 당 12달러를 벌어 들인다. 이는 경쟁업체보다 크게 앞서는 수치다.

또 변수로 작용한 것이 ‘중국’이다. 최근 해외 진출 기치를 드높이고 있는 CBS는 C넷이 중국 진출의 관문 역할을 해 줄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C넷은 미국 웹사이트 중 전세계 순방문자수 기준 10위를 기록하고 있으며, 중국 시장에 진출해서도 적지 않은 성과를 거두고 있다. C넷은 미국 내 순방문자수 순위도 17위이다.

◇과연 성공할까=C넷의 방문자수가 경쟁 사이트보다 압도적으로 많지만, 최근 수익성이 둔화하고 있는 점도 사실이다. C넷은 지난해 1억1770만달러 순이익을 올렸다. 그러나 지난 1분기엔 610만달러 손실을 기록했다. 이 때문에 CBS의 인수 가격이 너무 높다는 평가도 나온다.

CNN머니는 인수 금액도 문제지만, C넷이 CBS의 본질적인 문제를 해결하기에는 역부족이라고 보도했다. CBS의 광고 의존율은 72%로, 뉴스코프 44%, 비아콤 35%, 디즈니 23%, 타임워너 19%보다 월등히 높다. 온라인 광고 시장이 커진다고 하더라도 연 20% 수준인데, C넷이 CBS의 아킬레스건을 어루만지기에는 여전히 부족하다는 것이다. 시티 그룹 제이슨 바진 애널리스트는 “CBS에 가장 큰 도전은 프리미엄 광고 단가를 유지하는 것”이라고 조언하기도 했다.

류현정기자 dreamsho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