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결국 무산된 재판매법

 그동안 처리 여부에 큰 관심이 쏠렸던 ‘전기통신사업법 일부 개정법률안’(재판매법)이 결국 17대 국회에서 무산됐다. 국회 과학기술정보통신위원회가 이를 논의하기 위해 16일 전체회의를 열었지만 야당 의원들이 전원 불참하는 바람에 의결 정족수를 채우지 못해 회의가 열리지도 못했다. 이 법에 대해 여야간 의견이 엇갈리는 것은 그렇다 쳐도 의결 정족수가 안돼 회의가 열리지도 못한 건 심히 유감이다. 얼마 남지 않은 임기지만 마지막까지 책임 있는 모습을 기대한 많은 국민에게 실망을 안겨준 셈이다. 불과 11명의 의결 정족수를 채우지 못하고도 국민을 위해 일한다고 말할 수 있는가. 남아 있는 국회 일정을 감안하면 이 법은 17대 국회에서 자동폐기되고 18대 국회에서 다시 새로운 절차를 밟아야 할 것으로 보인다.이렇게 되면 일러야 오는 9월 정기국회에서나 다시 논의할 수 있을 전망이다.

 재판매법의 국회 처리가 물 건너감에 따라 정부의 가계통신비 요금 인하 정책도 차질이 불가피하게 됐다. 이동통신망이 없는 사업자가 망을 임대해 이동통신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가상이동통신사업(MVNO)’의 근거가 된 이 법은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가계통신비 20% 절감의 첫 번째 구체적 방안이라 주목을 받아왔다. 제4의 이동통신사업자로 불리는 데서 알 수 있듯 MVNO사업자들은 기존 통신시장에 보다 활발한 경쟁을 촉진할 것으로 기대됐고, 궁극적으로 정부는 이를 통해 국민의 통신비 절감을 꾀했던 것이다. 그러나 이번에 국회 벽을 넘지 못함에 따라 정부의 가계통신비 인하 정책은 첫 단계부터 어긋나게 됐다. 법 통과를 대비해 MVNO 사업을 준비해온 기업들이 허탈해 함은 물론이다. 특히 통신사업자들의 방송시장 진출에 맞서 MVNO 시장 진출을 꾀했던 케이블TV업체의 연내 이동통신시장 진출이 불가능하게 됐다. 뿐만 아니라 시민단체들이 정부의 행정권한 남용으로 지적해온 통신서비스 이용약관 인가제 폐지도 18대 국회에서나 가능하게 됐다.

 현재 방통위는 아직 소관 상임위도 못 정한 상태다. 방통위 상임위를 놓고 한나라당은 운영위원회를, 민주당은 문화관광위원회를 각각 주장하며 대립하고 있다. 겨우 합의한 것이 과학기술정보통신위원회를 폐지, 소관 업무를 교육위로 이전하기로 한 것뿐이다.18대 원구성도 여야간 입장차이 때문에 오는 22일 선출되는 한나라당 새 원내대표와 26일 선출될 민주당 새 원내대표 간 협상을 지켜봐야 한다. 이런 정치적 늑장 때문에 재판매법은 9월 정기국회나 더 늦으면 연말 임시국회까지 갈 가능성도 있다. IPTV도 정치권의 갈등 때문에 다른 나라보다 먼저 기술을 개발해 놓고 정작 서비스는 뒤처져 있다. 언제까지 정치가 경제 발목 잡는 것을 지켜봐야 할 지 답답한 노릇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