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각장애인 이모씨(42)는 최근 모 은행의 인터넷뱅킹 서비스 이용 중 답답함에 사용을 중단했다. 시각장애인을 위한 음성정보 서비스가 제공된다는 이야기를 듣고 시도해봤지만 보안인증서에 키를 입력할 때 음성 안내가 되지 않는 등 불편 요소가 많았기 때문이다. 이씨에게 인터넷에서 뉴스 검색이나 쇼핑은 그림의 떡이다.
지난달 11일 발효된 장애인차별금지법은 개인·법인·공공기관이 장애인이 전자정보에 접근할 때 차별을 금지하고 소통에 필요한 수단을 제공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 법이 발효된 지 한 달이 지났지만 공공기관을 제외하고 대다수 인터넷기업이 법규 파악조차 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바뀐 법규조차 파악 못해=현재 보건복지부에 등록된 시각장애인 수는 21만명. 시각장애인협회에 따르면 이들이 이용을 원하는 인터넷 서비스는 뉴스 검색·쇼핑·인터넷뱅킹 등 광범위하다.
하지만 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국내 주요 포털과 인터넷 서비스업체 대부분은 법 조항과 시행계획조차 파악하지 못하는 경우가 대다수다.
한 포털사이트 관계자는 “해당 사항을 들은 바가 없고 실행을 위한 구체적인 계획이 나와 있지 않다”고 대답했다. 또 다른 인터넷 쇼핑몰 관계자는 “보지 못하는 이들을 위해 이미지가 중심인 쇼핑몰이 별도의 서비스를 준비해야 하는지 잘 모르겠다”고 응답했다.
◇시행 중인 서비스도 반쪽짜리=네이버와 다음은 스크린 리더로 시각장애인을 위한 서비스를 실시하고 있다. 하지만 이 서비스를 이용하기 위해서는 장애인이 38만원가량의 리더를 별도로 구입해야 하는 한계가 있다. 리더를 구입한다 하더라도 전체 서비스를 이용하기는 힘들다.
강완식 시각장애인협회 팀장은 “장애인도 비장애인과 마찬가지로 다양한 욕구가 있고 이들에게 별도의 서비스가 아닌 동등한 웹 접근이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지은 다음 홍보팀장은 “수익과는 별도로 기업의 사회적 책임 차원에서 이 같은 서비스를 차츰 확대해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내년부터 제재 가능=현행 장애인차별금지법에 따르면 차별행위를 하거나 악의적인 것으로 판단되면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하지만 시행령에 장애인을 위한 웹 접근성 의무 시점을 2009년부터 순차적으로 하도록 규정하고 있어 지금 당장은 기업이나 공공기관이 장애인을 위한 웹 접근성을 지키지 않는다고 처벌 대상이 되지 않는다.
신은경 보건복지부 장애인인권권익증진과 사무관은 “내년부터 순차적으로 적용 범위를 넓혀 나갈 예정이어서 현재로서는 개별 기업에 벌칙 조항을 적용하기는 힘들다”고 설명했다.
이수운기자 per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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