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단상]전자산업의 새로운 돌파구는 FTA

[ET단상]전자산업의 새로운 돌파구는 FTA

 올해 들어 더욱 가파른 국제유가 인상과 원자재 가격 상승은 우리 경제를 더욱 어렵게 한다. 단적인 예로 무역수지가 4개월 연속 적자를 보이는데 이는 전년의 같은 기간에 비해 수출은 20.0% 증가했지만 수입은 28.3%나 증가했기 때문이다. 이런 어려운 상황에도 전자산업은 4월까지 수출은 426억5000만달러, 수입은 249억5000만달러를 기록하며 177억달러의 흑자를 달성했다.

 올해뿐만 아니라 지난해 기록으로도 전자산업은 총 571억달러의 무역흑자를 기록했는데 이는 우리나라 전체가 기록한 무역수지 흑자 146억달러의 네 배에 달하는 규모다. 만일 전자산업을 제외했을 때 우리나라 무역수지는 지속적인 적자에서 벗어날 수 없었음을 방증한다.

 그러나 수출 특히 무역수지 흑자의 최대 효자산업인 전자제품의 경쟁력이 점차 위협받는다. 중국의 급부상과 일본의 재기, 자원이 부족해 원부자재와 에너지원의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하는 우리나라 전자업체들의 경쟁력이 급속히 약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시장조사기관의 1분기 북미 LCD TV 시장점유율 분석 결과를 보면 한국·일본·미국 업체 간에 얼마나 치열한 경쟁이 벌어지는지 알 수 있다.

 한국의 삼성전자는 13.9%를 기록해 선두를 기록했지만 그 뒤를 이어 소니(13.7%)·비지오(13.5%)가 불과 1% 이내에서 순위 싸움을 하고 있다. 북미 시장에서의 경쟁 심화는 비단 TV뿐만이 아니라 냉장고·에어컨·세탁기 등 프리미엄 가전과 휴대폰·멀티미디어기기 등 우리 기업이 사활을 걸고 사업을 영위하고 있는 전체 전자산업으로 확산하고 있다.

 이러한 배경에는 산업 간 영역 붕괴로 다양한 업종의 기업이 중국·대만의 생산력을 이용해 비교적 진입이 쉬운 전자 분야로 진출하는 것이 한몫을 하고 있다.

 결국, 미국 시장에서 전자제품의 승부는 한국·일본·중국·대만에서 생산된 제품 간 경쟁으로 볼 수 있다. 이들 네 나라 중 일본은 부품소재산업에서 월등한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고 중국·대만은 가격 경쟁력을 바탕으로 세계 전자제품의 20% 이상을 생산해 내고 있다.

 우리의 현실은 어떠한가. 천연자원의 부재, 협소한 내수시장, 핵심 원천기술의 취약, 생산비용의 급증 등 세계 무역전쟁에서 승리하기 힘든 열악한 환경을 모두 갖추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렇다면 이러한 악조건을 헤쳐나가고 세계 무대에서 우리가 생산한 첨단 전자제품들이 새로운 경쟁력을 확보할 돌파구는 무엇일까. 바로 거대시장과의 자유무역 확대다.

 지금 우리는 단일 국가로는 세계 최대 시장인 미국과 자유무역협정을 타결한 상태고 거대 경제권인 EU와는 막바지 협상을 벌이고 있다. 이는 우리 전자산업이 처한 위태로운 상황을 극복하는 데 조금이나마 보탬이 될 것이다.

 이들 나라의 평균 관세가 비록 우리보다 낮지만 1, 2원의 원가절감을 위해 사투를 벌이는 우리 기업들에는 비록 1∼2%의 관세 인하일지라도 무엇보다 큰 경쟁력 강화의 요인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또 구체적으로 계산하기는 어려우나 자유무역협정 체결국 간 기술 및 인력교류 확대로 무형의 자산을 얻을 기회는 우리에게 더 크다.

 물론 이에 앞서 농어업을 비롯한 부품소재·전자의료기기 등 전자산업에서 경쟁력 약화가 우려되는 분야에 대한 실질적인 지원과 국민과 기업이 안심할 수 있는 대책도 강화돼야 함을 잊지 말아야 한다. 대외 무역환경이 날로 악화돼 가고 있는 이 시점에 우리의 주력산업인 전자산업의 새로운 돌파구가 될 한미 자유무역협정이 여러 가지 논란으로 국회 비준이 표류하고 있다. 빨리 원만한 국민적 합의를 거쳐 국회비준과 발효가 되기 바랄 뿐이다.

  김성복 전자산업진흥회 기획총괄본부장 sbkim@gokea.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