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은 지난해 ‘석탄보다 싼 재생에너지 프로젝트(Renewable Energy Cheaper Than Coal)’를 위해 수억달러를 투자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이처럼 구글의 에너지를 향한 관심은 지대하다. 몇 해 전 구글이 미국 오리건주에 건설한 인터넷데이터센터(IDC)는 구축을 추진할 당시 콜롬비아강 댈러스 댐의 수력을 이용한 안정적인 전력 조달을 염두에 두고 추진했고 작년 6억달러를 투자하기로 한 노스캐롤라이나주의 서버 팜 데이터센터 구축에는 풍력발전을 고려했다.
구글의 이러한 노력은 IDC의 전력 소모가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현재 전 세계 디지털 정보의 양은 3017억기가바이트(Gb)로 추정되며, 2011년에는 2조Gb까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당연히 저장매체의 증가는 전력 및 에너지 소모로 이어지게 된다. 정보 유통 및 정보저장 인프라의 규모가 디지털 산업의 경쟁우위를 점하기 위한 필수요소임은 당연하다. 그러나 기업이 감당할 수 있을 정도로 전력 및 에너지 비용 상승을 억제하고 환경을 보존하면서 재생가능한 형태의 에너지를 확보하기는 쉽지 않다. 많은 기업이 그린IT를 통해 자연과 기업, 사회가 공존할 수 있는 방안을 찾는 데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국내 IDC도 같은 문제에 직면해 있다. 일부 데이터센터는 전력 공급 문제 때문에 증설은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다. 이 부분에 지혜를 모아야 한다는 시각에서 한반도 대운하 프로젝트에 관심을 가져볼 만하다. 한반도 대운하 추진에는 환경 측면, 재해 발생 측면 및 실효성 등 다양한 선결 과제가 놓여 있다.
하지만 단편적인 접근으로는 해소하기 어려운 과제며 각 영역을 융합 및 통합해 전략적으로 접근하고 판단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면 대운하 구축과 연계해 정보 유통 및 저장을 위한 IT 대운하를 추진함으로써 IT 인프라 확충 및 IT 관련 환경과 에너지 비용을 줄인다면 글로벌 시장을 향해 나아가는 IT서비스 기업의 경쟁력을 높일 수 있을 것이다. 대운하 주변의 다양한 에너지원을 찾아내고 이러한 전력을 저렴하게 사용하는 대규모 데이터센터 및 백업센터를 구축하는 것도 하나의 방안으로 제시된다.
이를 통해 지방의 젊은 인력들을 포함한 고른 연령대의 고용을 창출하고 개발이 안 된 낙후 지역에 IT 기업을 유치함으로서 균형 있는 발전을 도모하는 계기를 마련할 수 있다. 하지만 이를 위해 가장 필수적인 전제조건은 기간망의 확보다. 극초고속 망의 구축과 충분한 대역폭 확대 및 중국, 일본 기간망과 연계가 필수적이다.
이를 위해 기존 기간망 사업자의 충분한 투자가 유발되거나 대운하만을 위한 기간통산망 관리기관이 필요하다. 최근 중국 쓰촨성 대지진으로 인해 글로벌 인터넷 기업의 중국 내 데이터센터도 백업센터의 필요성이 보다 구체적으로 제기됐다. 전력회사가 직접 데이터센터를 운영할 정도로 전력 및 시설 안정성에 철저한 일본은 현해탄을 넘는 대역 폭이 확보된다면 한국이 주요한 백업센터로서 역할을 할 수 있다. 즉 자연재해에서 일본과 중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안전한 국내에 일본 및 중국 IDC의 백업 센터를 유치하는 방안도 검토할 만하다.
이제 에너지는 비용과 규제 측면 모두에서 기업 경쟁력은 물론이고 생존에 대한 강력한 압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를 돌파하기 위한 기회로서 대운하의 활용 가치에 대한 새롭고 다양한 관점에서의 검토가 요구되는 시점이다.
이경호 고려대학교 정보경영대학원 겸임교수 klee@consultinghouse.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