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의 찬가 다시 울리나?’
대내외 악재에 발목이 잡혀있던 실리콘밸리에 턴어라운드를 예견하는 밝은 지표가 등장, 현지 기업인들을 설레게 하고 있다.
호재의 지표는 다름아닌 지난 4월 실리콘밸리 인근의 주택 매매 건수가 전월 대비 30% 이상 증가해 활황세를 보인 것. 지난해 반등의 기미를 보이다 서브 프라임 모기지 사태 이후 곤두박질 쳐온 현지 부동산 가격과 거래 건수 하락세를 생각한다면 희망의 전조라는 평가가 우세하다.
현지 부동산 전문가들은 “시장에 사람들이 돌아오고 있다”는 평가를 내놓은 반면, 일각에서는 “좀 더 두고 보자”는 조심스런 의견도 여전하다.
◇매매 건수 늘고 평균 가격도 올라=머큐리뉴스가 인근의 부동산 전문 에이전시를 통해 집계한 자료에 따르면 4월 한달동안 실리콘밸리 인근 지역에서 매매된 주택과 아파트는 총 1만여건. 이는 전월인 3월보다 평균 30%에 이르는 성장세다. 현지에서 주택 매매 건수의 월별 성장률이 30%에 육박한 것은 20여년만에 처음이다.
실리콘밸리의 중심지라 할 수 있는 산타클라라 카운티의 경우 1440건의 매매가 이뤄져 전월보다 33%나 늘어났다. 평균 거래가격도 69만9500달러로 2.2%가 올랐다. 베이 지역의 콘트라코스타와 솔라노 카운티 역시 거래량이 각각 8%와 5.3%가 늘어났다. 물론 이같은 수치는 여전히 전년 동기인 2007년 4월 수준에는 크게 못미치지만 고무적인 수치라는 게 현지의 평가다.
◇고비용·저성장 악재는 여전=문제는 실리콘밸리가 안고 있는 고비용·저성장세의 해결책은 여전히 보이질 않는다는 점이다. 지난 20일(현지시각) 시스코·HP·야후 등 현지 IT기업 15개에 소속돼 있는 노동자들이 대규모 연대 시위를 벌였다. 주로 건물의 유지보수나 청소 등 잡무를 담당하는 이들 노동자의 요구는 임금 인상과 복리후생 수준의 향상. 시간당 11달러에 머물고 있는 급여를 LA나 샌프란시스코 등 대도시의 수준까지 끌어올려달라는 주장이었다. 그러기 위해서는 현재 수준보다 약 20%나 올려야하는 상황이다.
반면 현지 기업들은 난색을 보이고 있다. 가뜩이나 실리콘밸리를 떠나는 기술인력을 잡기 위해 몸값을 높여줘야하는 상황인데 일용직 노동자들까지 급여를 올려준다면 비용 부담은 더 가중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노동자 단체 대표와 협상을 진행중인 IT기업 협상 대표인 짐 베어드는 “노동자들이 파업을 택했다는 것은 실망스런 일”이라며 “시간당 50센트 이상 올려주기 어렵다”고 말했다. 양측이 접점을 찾는데 시간이 더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정지연기자 jyj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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