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혁명이 확산되는 가운데 IT산업을 국가 경제의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삼기 위한 각국의 경쟁이 치열하다. 세계 각국은 이를 겨냥, 기술 및 인력 투자에 앞을 다투고 있다. 우리나라는 IT 분야의 투자 및 기술개발에 한발 앞서 IT강국의 반열을 자랑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지난해 무역규모 7000억달러를 돌파했으며 여기에는 IT제품이 큰 몫을 했다. 또 정부가 무역의 새로운 비전으로 정한 2010년 1조달러, 2012년에는 1조2000억달러 달성에도 IT산업이 큰 역할을 해낼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우리 IT가 이처럼 발전한 것은 정부의 비전 제시에다 적극적인 지원, 업계의 기술 개발과 해외시장 개척 노력이 결합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특히 주목되는 사실은 우리나라가 IT제품의 수출을 넘어 국가 간 IT경쟁의 중요한 분야인 표준화 전쟁에서도 우위를 차지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맞이하고 있다는 점이다. 세계 표준을 차지하는 것은 기업과 산업이 경쟁력을 높이는 지름길이 되기 때문에 기업의 경영 전략이나 국가의 산업정책 수립의 중요한 목표가 되고 있다. 최근 수출 여건 악화에도 IT제품이 지속적인 수출 증가를 유지할 수 있는 배경은 와이브로·DMB 기술 등을 세계 최초로 개발하며 표준 전쟁에서 앞서기 때문이다.
IT혁명과 인터넷의 확산이 이루어지면서 앞으로 표준 전쟁이 벌어질 가능성이 큰 분야는 전자무역시스템이다. 전자무역이란 인터넷 기술 발전을 활용해 전통적인 무역 방식을 전자문서 기반의 종이 없는(paperless) 방식으로 전환하는 것이다. 세계 각국은 무역 부대비 절감을 위해 이의 도입을 적극 모색하고 있으며 UN을 비롯한 국제기구와 주요 선진국들은 전자무역시스템과 표준 제정에 많은 관심을 기울이고 상호 협력해 나가고 있다.
다행스러운 것은 우리나라가 전자무역 분야의 세계 표준을 확보하는 데 충분한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는 점이다. 우리는 전자무역 XML 전자문서 표준화 지침을 통해 인터넷 기반의 전자무역시스템을 구축했으며 이 시스템을 세계 표준으로 하기 위한 노력을 전개하고 있다. 특히 2003년 국가전자무역추진위원회를 발족해 전자무역 분야의 싱글 윈도인 유비쿼터스 트레이드 허브(uTH) 시스템 구축을 완료했으며 이 분야 표준의 세계화 작업에도 선도국의 지위를 차지하고 있다.
uTH는 마케팅에서부터 물류·통관·금융 등 무역관련 모든 분야를 하나의 윈도에서 전자적으로 처리하도록 한 무역업무 통합서비스 시스템이다. 이로 인해 무역업체·물류업체·은행·관세사 등 모든 사용자들이 uTH 통합서비스를 이용함으로써 소요시간을 단축하고 부대 비용을 대폭 절감할 수 있게 됐다.
현재 5700여개 기관이 uTH를 이용하고 있으며 그 결과 지난해만 해도 2억2000만건의 전자무역 문서가 사용되면서 수출입 관련 프로세스가 크게 단축되는 효과를 얻게 됐다. 종래 20일이 걸리던 수출입업무 소요 기간이 5일 이내로 단축되고, 전자신용장·전자선하증권 등 주요 수출입 관련 서류가 전자화되는 등 우리나라의 전자무역 분야는 세계 최고 수준을 자랑하고 있다.
APEC 국가들의 전자무역 발전 방안과 함께 전 세계 전자무역의 기반 구축 논의를 위한 APEC-UN 전자무역 공동 심포지엄이 26일부터 사흘 일정으로 개최된다. 이번 심포지엄은 향후 세계적인 규모의 전자무역 활성화를 위한 기술 및 문서표준에 대한 심도 있는 논의가 이루어진다는 점에서 상당히 중요한 의미가 있다.
이번 심포지엄을 우리나라가 개발한 전자무역 표준화 방식이 세계 전자무역의 기술기반 및 문서 표준으로 보급되도록 최대한 활용함으로써 전자무역 선도국의 입지를 더욱 확고히 하고 나아가 우리의 전자무역시스템이 세계 표준으로 자리를 굳히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
유창무 무역협회 부회장 cmryu@kita.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