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간 1050억달러에 달하는 중국 통신 시장은 어디로 가는가. 지난 3년 동안 논란과 관심을 집중시켰던 중국 정부의 국영 통신기업 구조 개편안이 확정, 엄청난 판도 변화를 예고하고 있기 때문이다. 본지 5월 26일자 14면 참조.
이번 개편에서 가장 눈여겨 볼 대목은 중국의 2위 이동통신사업자인 차이나유니콤(China Unicom)이 사실상 분할됐다는 점이다. 차이나유니콤은 SK텔레콤이 지분을 대거 매집, 투자한 회사이기도 한다. 차이나유니콤의 CDMA 사업부문은 유선 사업자인 차이나텔레콤에 매각하고, GSM 사업부는 다른 유선 사업자인 차이나네트콤과 합병하게 된다. 이렇게 되면, 중국 통신사업자는 △ 차이나모바일(무선) △차이나텔레콤(유,무선) △차이나유니콤 GSM+차이나네트콤(유, 무선) 3개가 된다.
중국 정부의 의도는 치밀하다. 3세대 이동통신 사업자 선정을 앞두고 중국 통신 기업들이 규모의 경제를 이룰 수 있도록 함으로써 중국 주도의 기술을 최대한 육성하겠다는 계산인 것이다.
중국 공업정보화부는 “자국 기업끼리 불필요한 중복 투자를 최소화해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여기에는 ‘경쟁’이라는 개념도 들어간다. 중국 이동통신 시장은 사실상 차이나모바일 독점 시장이다. 차이나모바일의 가입자수는 약 4억명으로 시장 점유율이 70%나 된다.
차이나모바일의 독점 구조로는 산업의 발전도, 자국 기술의 육성도 기대할 수 없다고 보고 본격적인 경쟁 체제를 도입한 것이다. 이번 개편으로 차이나모바일에 대적할 수 있는 규모의 이동통신사업자가 2개 탄생하게 된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는 이번 조직 개편이 중국 시장은 불투명하다는 점을 또한번 부각시켰다고 지적했다. 원칙적으로 사업자의 자율에 맡긴다는 중국 정부의 공식 표명에도 불구하고, 차이나 네트콤의 장춘쟝 회장이 차이나 모바일의 부회장으로 임명되는 등 시장 개편이 일사천리로 진행되고 있다.
이 신문은 “중국이 엄청난 시장을 내세워 하웨이, ZTE 등 자국 통신 장비업체를 육성시켜 왔던 경험을 이동통신시장에서 재현하려고 한다”면서 “사실상 실패했다고 평가받는 중국 독자 3세대 이동통신 기술인 TD-SCDMA를 표준으로 고집하는 것은 물론이고 4세대에서도 독자 기술을 개발하려고 한다”고 평했다.
류현정기자 dreamsho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