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분기 5대그룹 상장사의 연구개발(R&D)비가 크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LG·SK·현대차·롯데 등 5대 그룹 계열사들이 금융감독원에 제출한 1분기 연구개발비 명세를 조사한 결과, 이들 30개 상장사는 이 기간에 총 2조8000여억원을 연구개발비로 지출, 작년 동기보다 8%가량 많았다. 치열한 글로벌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경쟁우위를 가져다주는 연구개발에 대한 투자가 필수적이라는 점에서 이번 결과는 매우 고무적이다. 특히 이명박정부가 들어선 이후 주요 그룹은 저마다 신규 시설과 연구개발비 투자를 늘리겠다고 약속한 바 있는데 이를 실제로 보여준 것 같아 다행이다. 기술 제국주의라 불릴 만큼 세계 각국의 기업은 오래 전부터 기술과 연구개발에 온 힘을 기울이고 있다. 이는 대규모 연구개발를 통한 고부가 기술 확보가 기업의 생존과 번영을 좌우하기 때문이다. 최근 10년 장기 불황의 사슬을 끊고 부활의 목소리를 내고 있는 일본이 좋은 예다. 일본은 90년대 들어 ‘잃어버린 10년’이라 불릴 정도로 장기 불황을 겪었지만 연구개발 비용은 줄이지 않았고 마침내 최근 완연한 경기 회복을 보이고 있다. 불경기의 어려움 속에서도 설비 및 연구개발에 대한 변함없는 투자가 일본 경제의 기사 회생을 가져온 것이다. 우리 기업도 늘 변하게 마련인 경기에 너무 민감히 반응하지 말고 일본의 예를 참고 삼아 꾸준히 연구개발에 투자해야 할 것이다. 이번 결과를 보면 매출액 대비 연구개발비 비율이 최근의 원화 강세 때문에 작년 동기보다 다소 낮아져 아쉬움을 준다. 30개 상장사의 1분기 매출액 대비 연구개발비 비율이 4.36%로 작년 동기(4.83%)보다 0.47%포인트 감소한 것이다. 연구개발비는 대체로 1분기 이후 늘어나는 경향이 있지만 매출액 대비 연구개발비가 뒷걸음질한 것은 우려스러운 상황이다. 특히 세계 속 우리 기업의 연구개발비 지출 순위가 하락하고 있어 더욱 그렇다. 지난해 옛 과학기술부가 유럽연합(EU)의 ‘2007 기업 연구개발투자 스코어 보드’를 인용해 발표한 바에 따르면 삼성전자 등의 세계 연구개발비 순위는 전년보다 소폭 하락했다. 하지만 삼성전자는 이번 조사에서 특검 여파에 따른 이건희 회장의 퇴진에도 불구하고 1조5000여억원의 연구개발비를 지출, 30개 기업 전체 연구개발 투자액의 45%나 차지해 기술을 중시하는 글로벌 기업임을 다시 한번 보여주었다. 기업의 연구개발 투자는 환경이 큰 역할을 한다는 점에서 정부의 정책도 매우 중요하다. 예컨대 기업의 연구개발을 저해하는 각종 규제에 대한 완화와 세금 감면 같은 지원이 필요하다. 이미 재계는 오래전부터 경쟁국보다 불리한 연구개발에 대한 세금 감면 확대를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정부는 기업의 연구개발 확대를 위한 환경 조성에 가능한 모든 조치를 하루빨리 취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