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루레이의 적은 HD DVD가 아니었다(?)’
차세대DVD 표준경쟁에서 블루레이가 HD DVD에 완승을 거뒀음에도 불구하고 소비자들의 외면으로 여전히 제자리를 못잡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시장조사업체 NPD그룹에 따르면 도시바가 HD DVD사업 포기를 선언한 지난 2월 블루레이 플레이어 매출은 오히려 1월보다 40% 하락한 것으로 집계됐다. 3월에는 2% 가량 반등했지만 본격적인 대중화 궤도에 오르기에는 절대 판매량이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블루레이디스크협회 측은 “2월 매출 하락은 블루레이 플레이어 공급량이 1월에 급증한 수요를 미처 따라잡지 못해 일시적으로 발생한 것일 뿐 수요 자체가 준 것은 아니다”라며 반박했다. 1월 HD DVD 플레이어업체들이 사업을 철수하면서 블루레이 플레이어를 찾는 수요가 갑자기 늘어났다는 것이다.
그러나 다른 조사결과에서도 블루레이의 미래는 그다지 밝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여론조사업체 해리스 폴에 따르면 블루레이 플레이어를 아직 구매하지 않은 미국 소비자 가운데 9%만이 앞으로 1년 내 블루레이 플레이어를 구입할 의사가 있다고 밝혔다.
조앤 바텐 해리스 폴 부사장은 “블루레이 플레이어 현행 가격이 400달러로 일반 DVD 플레이어보다 4배 비싸다는 점이 구매를 가로막는 결정적인 요인”이라고 분석했다.
인터넷으로 내려받은 영화를 TV로 볼 수 있게 해 주는 애플의 셋톱박스 신제품 애플TV나 넷플릭스와 같은 온라인DVD서비스업체들도 블루레이의 경쟁자로 등장했다. 넷플릭스는 애플TV와 유사한 99달러 짜리 인터넷동영상 재생 셋톱박스를 내놓고 온라인DVD 붐을 일으키고 있다.
기존 DVD플레이어도 복잡한 소프트웨어 기술을 이용, 화질을 대폭 개선하면서 블루레이 플레이어로 교체하려는 잠재 고객의 발목을 잡고 있다.
주피터리서치의 마이클 가텐버그 애널리스트는 “최근 일부 DVD플레이어의 화질은 블루레이에 매우 근접한 수준으로까지 향상됐다”고 평가했다. 또, ABI리서치는 시중에 유통 중인 DVD플레이어 가운데 이러한 화질개선 DVD플레이어가 35%에 이르며 오는 2013년 경 60%에 이를 것으로 분석했다.
한편, 블루레이 시장을 낙관하는 의견도 있다. ABI리서치의 스티브 윌슨 애널리스트는 “블루레이 플레이어 가격이 추수감사절 이후 헐리데이 쇼핑시즌에는 250달러, 연말에는 200달러까지 낮아질 것”이라며 “이 때가 블루레이 플레이어가 본격적으로 팔릴 시기”라고 예측했다.
조윤아기자 forang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