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러나는 보다폰·인피니언 CEO의 엇갈린 명암

물러나는 보다폰·인피니언 CEO의 엇갈린 명암

 ◇아룬 사린 영국 보다폰 CEO=세계 최대의 이동통신업체 보다폰을 이끌어온 아룬 사린 최고경영자(CEO)가 오는 7월 물러난다. 2003년 CEO 자리에 부임한지 5년만이다. 후임으로는 현재 보다폰의 유럽 비즈니스를 책임지고 있는 비토리오 콜라오가 물망에 올랐다.

사린 CEO는 보다폰을 위기에서 구해 글로벌 기업으로 키운 장본인이다. 2년전 거듭되는 실적 부진과 주가 폭락에 주주들로부터 사퇴 압력까지 받았던 그는 인터넷전화(VoIP) 등 컨버전스 사업 발굴과 신흥 시장 개척으로 탈출을 시도했다.

특히 터키와 인도, 남아프리카 등에서 거둬들인 성공은 보다폰을 명실상부한 1위 기업에 자리매김시켰다.

블룸버그는 신흥시장에서의 영업 호조로 지난 3월 마감된 회계연도에 보다폰의 매출은 전년 대비 14% 성장한 354억 파운드, 순익은 63억5000만 파운드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공격적인 인수합병으로 회사의 덩치를 키운데 이어 흑자 궤도에 올려놓은 뒤 퇴임하는 사린의 뒷모습은 박수를 받았다.

◇볼프강 지바르트 독일 인피니언 CEO=유럽 2위의 반도체 업체인 인피니온의 볼프강 지바르트 최고경영자(CEO)가 내달 사임한다. 2004년 9월 취임, 아직 임기가 1년이 넘게 남았지만 중도하차를 결정했다. 이유는 회사의 미래 전략에 대한 경영진과 주주들간의 갈등 때문.

시황이 나쁜데다 경쟁이 심화되면서 실적은 악화일로를 거듭하고 있다. 지난 3월말로 마감한 2분기 인피니온의 실적은 13억7000만 유로의 손실을 기록했다. 5분기 연속 손실로 8년만에 최악의 실적이었다. 부진의 원인이 돼 분사시킨 메모리 사업 자회사 키몬다 역시 손실의 원인이 되고 있다.

현지 언론들은 지바르트의 사임의 직접적 계기를 인피니언을 NXP반도체와 합병하려는 일부 세력들의 움직임 때문이라고 보고 있다.

NXP반도체의 대주주인 사모펀드 콜버그 크래비스 로버츠(KKR)가 인피니언의 지분을 인수, 두 회사를 합치려한다는 분석도 나왔다.

지바르트가 이같은 전략에 반대의사를 표명했는지 즉각 알려지지는 않았다. 지바르트의 공석은 현 임원인 피터 바우어 이사가 맡기로 했다.

정지연기자 jyju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