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경제 상황이 급속히 나빠지면서 국내 경제 상황도 어려워지고 있다. 기업과 가계 사정 또한 좋지 않다. 여기에 에너지 공급 부족에 따른 유가 상승 문제는 언제 끝날지 모르는 ‘현재진행형’이다. 배럴당 200달러, 300달러 시대가 올지도 모른다. 만약 그렇게 된다면? 중소기업, 그것도 제조업을 하고 있는 사람으로서 생각하기도 싫은 시나리오다.
화석에너지는 유한한 데 반해 인류 문명의 끊임없는 발전 욕구에 따른 에너지 수요의 지속적 증가, 게다가 중국과 인도를 비롯한 신흥공업국의 급속한 경제성장에 따른 에너지 고갈 위기는 이미 충분히 예측됐고 많은 경고도 있었다. 비단 에너지 문제만이 아니다. 식량 또한 마찬가지다. 기후변화에 따른 환경 문제도 그러했고 신선한 물 관리의 중요성도 그러했다. 무엇보다 국민 각자가 이들 문제의 위기감을 제대로 인식하고 작은 일부터 하나씩 실천하는 데 소홀하지 않았나 반성해 보아야 한다. 정부 혼자서 대책을 세우도록 내버려 두고 우리는 무관심하게 있지 않았는지, 에너지·식량·물은 돈만 있으면 언제든 살 수 있다고 보고 공공의 이익보다는 사적 편익과 편리성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진 않았는지 되돌아볼 때다.
기업인들은 유가 상승이라는 환경적 악재 요인을 상쇄시키기 위해 기업 내부 핵심역량 강화, 특히 에너지 절약형 공정기술 혁신과 대체에너지 활용 촉진 그리고 전사적 품질관리(TQM) 강화를 통한 생산성 제고에 더욱 매진해야 한다. 특히 대기업과 협력 중소기업 간의 공동 노력을 통해 우리 주력산업의 에너지소비 및 비용구조를 근원적으로 개선하기 위한 대대적 운동이 일어나야 한다. 정부는 중장기 미래예측 능력을 보강해 기업과 국민에게 앞으로의 전망과 적절한 대처방안을 제공하는 데 더욱 힘을 써야 한다. 국부 창출의 최일선에 서 있지만 정보력과 대응력이 취약한 중소 벤처기업들은 정부의 미래예측 결과로부터 제시되는 가이드라인에 의지하는 바가 매우 크다. 이제 정부와 기업, 연구기관과 대학 등 모두가 손잡고 우리가 헤쳐나가야 할 미래에 대한 전망과 예측을 강화하고, 이를 토대로 국민 모두가 스스로 대비할 수 있는 방향을 설정·제시하는 일을 시급히 추진해야 한다.
현재 중소벤처기업 세계화의 한계가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이는 여러 요인이 있겠지만 결과적으로 B2C에 도전하는 기업이 감소하면서 시장개척이 용이한 B2B 형태가 확대되고 있다. 그래서 대기업도 중소벤처기업과의 동반진출에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 물론 중소벤처기업의 자생력 약화도 분명 있지만 시장경쟁에 맞는 단가협상과 각자의 전문적인 기술이 서로 믿음을 가지고 나간다면, 중소벤처기업의 재도약을 위한 연구 개발 재투자와 생산성 향상을 위한 재투자로 이어져 결국 대기업과 국가에도 이익이 될 것이다. 희망하건대 한국에서도 독일의 보시, 일본의 교세라 같은 기업이 탄생하기 바란다. 이를 위해 현 정부는 대·중소 기업의 상생제도에 좀 더 적극적인 지원과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기업은 체질 개선과 함께 건강한 기업으로 국민의 고용창출과 삶의 질 향상에 기여하는, 한국 경제를 뒷받침하는 기업으로 자긍심을 갖고 일하고 싶어한다. 청와대에 미래기획위원회가 구성돼 이런 일들을 시작할 것이라고 하니 국민의 한 사람으로 거는 기대가 자못 크다. 선진 한국을 향한 발걸음은 미래에 대비하는 자세를 가다듬는 데 있다.
이영남/이지디지털(주) 대표·여성벤처협회 고문 ynlee@ezdigita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