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주요 공공기관과 민간기업의 데이터베이스(DB) 품질관리 수준이 크게 미흡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DB진흥센터가 국내 50개 공공기관과 150개 기업을 대상으로 데이터 품질관리 수준을 조사한 결과, 이의 성숙도가 전체 5단계 중 1단계에도 채 미치지 못하는 평균 0.8레벨을 보인 것이다. 특히 보안성이나 유용성 같은 활용 측면에서는 비교적 점수가 높았으나 정확성이나 일관성 같은 유효성 면에서 성숙 수준이 크게 떨어져 우려를 주고 있다. 정확성이 미흡하다면 데이터라고 할 수도 없다. 그런데도 정확성이 낮게 나타난 것은 우리가 얼마나 데이터 관리에 소홀하고 있는지 여실히 보여준다. 데이터는 모든 정보를 구성하는 인프라 중 인프라다. 하지만 본질적으로 천변만화하는 성질이 있어 관리하기 여간 어려운 게 아니다. 그뿐만 아니라 한 번 잘못돼 복구하려면 엄청난 시간과 인력을 동원해야 한다. 행여 데이터 오류가 있으면 그때 발생하는 피해는 상상을 초월한다. 현재 모든 비즈니스 프로세스는 IT 없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데이터 품질을 관리한다는 것은 곧 비즈니스 프로세스를 관리하는 것으로 경쟁력과 직결된다. 데이터 품질 관리에 모든 기업과 공공기관이 최우선의 관심을 둬야 하는 이유다. 이번 조사는 그나마 데이터 관리에 신경 쓰는 200곳을 대상으로 한 것이다. 그런데도 이들의 수준이 도입단계인 1단계도 채 안 된다니 나머지 수많은 곳의 데이터 관리 상태가 어떨지는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기업과 공공에서 사용되는 데이터들은 보통 잘못돼도 수면 위로 나타나지 않아 그렇지 불량 데이터에 의한 피해는 늘 존재한다고 봐야 한다. 그런데도 대부분의 기업과 공공기관은 이를 전담하는 조직을 따로 두지 않고 있다. 데이터 품질관리에 우리가 얼마나 무신경한지 알 수 있다. 미국은 이미 80년대부터 연방정부가 데이터 신뢰성을 위해 각종 제도를 만들어 적용하고 있다. 그런 미국에서조차도 데이터 품질 저하로 인한 손실이 매년 수천만달러씩 발생하고 있다. 우리는 아직 불량 데이터로 인한 피해액조차 제대로 나와 있지 않은 상태다. 글로벌 1000개 기업이 업무 생산성 향상을 위해 ERP나 CRM 같은 솔루션을 도입했지만 이를 통한 이득보다 데이터 품질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해 발생한 손실이 더 컸다는 한 시장조사관의 조사는 데이터 품질관리가 얼마나 중요한지 잘 말해준다. 사실 데이터를 성공적으로 관리하기 위해선 실제로 데이터를 작성하고 사용하는 현업의 협력이 매우 긴요하다. 그러기 위해선 모두가 데이터 품질관리의 중요성을 우선 깨달아야 한다. 데이터 품질을 경영리스크로 인식해 전문인력과 전담조직을 두려는 기업과 공공기관의 노력이 뒤따라야 함은 물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