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프로그램 어디서 본 거 같은데?’
케이블 방송의 자체제작 비율이 60%를 넘어섰지만 미국 프로그램 베끼기, 다른 채널 포맷 차용하기 등 비슷한 프로그램 양산이란 한계에 부딪히고 있다.
코미디TV에서 인기를 끈 ‘애완남 키우기-나는 펫’시리즈 이후 동거를 소재로 한 리얼리티 쇼가 속속 등장했다.
신선한 시도로 케이블 방송의 킬러 콘텐츠로 주목받았던 ‘자드’의 경우 성공한 장르를 따라가는 경향을 보인다. 초창기에 섹시 코미디 장르의 작품이 속출했다면, 최근에는 수사물이 대세다.
MBC드라마넷의 ‘별순검’ 이후 제작된 TvN의 ‘정조암살미스터리 8일’, OCN의 ‘KSPI’, 채널CGV의 ‘색시몽’ 등 표현 양식이나 세부적인 소재는 다르지만 모두 수사물이란 공통점이 있다.
이처럼 유사한 장르와 포맷의 프로그램이 양산되는 이유에 대해 업계 관계자들은 시청률 확보 경쟁과 케이블 방송의 열악한 제작 여건을 꼽는다.
한 케이블 방송국 프로듀서는 “인지도가 낮은 상태에서 시청률을 확보하려면 유행을 따르기 마련”이라며 “섹시 코미디류가 많이 나오는 것도 안전하게 가자는 심리 때문”이라고 말했다.
또다른 프로듀서는 “짧은 기획 기간에 돈이 되는 프로그램을 만들려다 보니 해외의 인기 프로그램 포맷을 한국에 맞게 바꾸거나 베끼기는 불가피하다”고 대답했다.
이 같은 자체 제작물 베끼기가 장기적으로는 케이블 채널의 콘텐츠 경쟁력을 저하시킨다는 지적도 있다.
전광영 온미디어 제작국장은 “성공한 프로그램 따라하기는 단기적인 시청률 확보에는 좋지만 장기적으로는 케이블 채널의 콘텐츠 경쟁력을 악화시킨다”며 “뉴미디어라는 매체의 특성에 맞게 새로운 시도를 자꾸 해나가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업계 관계자들은 유사한 프로그램 양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인력과 제작비 확보 등 제작 여건을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안상휘 CJ미디어 드라마팀장은 “우수한 인력과 배우를 활용해 제작한 경험이 쌓이면 독자적인 콘텐츠 제작 역량이 된다”며 “케이블 쪽에서 A급 인력 확보가 절실한데 이를 위해서는 결국 돈 문제가 해결되야 한다”고 대답했다.
이수운기자 per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