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에 우리나라의 산업기술 보호를 위한 사회적 인식을 제고하기 위해 지식경제부와 국가정보원이 공동 주최하고 한국산업기술보호협회가 주관하는 ‘제1회 산업기술보호 결의대회’가 한국기술센터에서 개최됐다. 기술유출의 일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최근에는 너무나 빈번하게 일어나고, 그 규모에서도 천문학적인 액수에 이르고 있다. 최근에도 상하이자동차의 쌍용자동차 기술유출 의혹, 포스코 전직 직원의 핵심 철강재 제조기술의 중국 철강업체 유출 사건 등이 발생했으며 최근의 대우조선해양 매각과 관련해서도 기술유출에 관해 많은 논란이 되고 있다. 국가정보원 추산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적발된 산업기술 유출에 따른 피해 규모가 200조원이라는 집계가 나왔으며 2003년 6건에 그쳤던 산업기술의 해외 유출 적발 건수도 해마다 늘어나 2007년에 32건으로 집계됐다. 일반적으로 기술유출은 정보기술(IT) 업계에서 주로 발생했지만 최근에는 자동차, 조선, 철강 등 우리나라가 세계적으로 경쟁력을 갖고 있는 제조업으로도 빠르게 확산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따라서 이러한 기술유출의 심각성 및 보안에 대한 중요성이 커지고 있어 직접 당사자인 기업뿐만 아니라 국가 기관에서도 관심을 보이는 것은 늦었지만 고무적인 일이라고 할 수 있다. 기술 아이디어의 보호는 특허(실용신안)를 가장 먼저 떠올릴 수 있는데 이러한 특허는 제3자에게 공개를 해주는 대가로 독점배타권을 부여받는 것이다. 지식산업의 도래에 따라 제조기업, 특히 IT 기업에서 특허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세계적인 IT 기업들은 전통적으로 특허를 전략적으로 이용해 시장 지배력을 키우고 수익을 극대화했으며 국내 기업들 역시 특허의 중요성을 인식, 기업 차원에서 전략적으로 대응을 마련하고 있다. 이러한 핵심기술 유출에 대해 기업뿐만 아니라 국가도 적극적으로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기술유출을 규제하기 위한 우리나라의 법률로 대표적인 것은 ‘부정경쟁방지및영업비밀보호에관한법률’인데, 이 법 제2조에서 정의하는 ‘영업비밀’은 ‘공연히 알려져 있지 아니하고 독립된 경제적 가치를 가지는 것으로서, 상당한 노력에 의하여 비밀로 유지된 생산방법·판매방법 기타 영업활동에 유용한 기술상 또는 경영상의 정보’를 의미한다. 또 기술유출 규제를 더욱 강화하기 위해 2007년에는 ‘산업기술의유출방지및보호지원에관한법률’이 시행되고 있다. 이 법 제2조에서 규정하는 ‘산업기술’은 ‘제품 또는 용역의 개발·생산·보급 및 사용에 필요한 제반 방법 내지 기술상의 정보’를 말하는 것으로서, 앞의 ‘영업비밀’이나 ‘산업기술’은 특허의 기술적 발명보다 광의의 개념으로 경제적 가치를 지니는 기술상·영업상의 모든 정보를 아우르는 개념이다. 기타 기술유출에 관한 규제로서는 ‘정보통신망이용촉진및정보보호에관한법률’ ‘통신비밀보호법’ 등이 있다. 그러나 법률이 아무리 규제한다 해도 무엇보다 중요한 건 연구개발기관의 자체 예방임을 부인할 수 없다. 그런데 기술유출은 전·현직 종업원에 의해 발생되는 것이 대부분이므로 결국 기술유출의 예방은 종업원 관리를 어떻게 하는지에 달려 있다. 즉, 기업가치 창출의 핵심인 우수 기술인력을 어떻게 보상하는지가 기술유출방지뿐만 아니라 기업의 궁극적 목표인 이익창출의 극대화를 위해 중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발명특허나 획기적 기술의 성과 등에 대한 성과배분시스템을 정비해 핵심 기술인력의 정착성과 연구개발 의욕을 높여야 한다. 아직까지는 우리나라에서 그러한 성과배분시스템이 미약했으나, 다행히 최근 일부 기업들로부터 보상을 강화하는 기업들이 늘어나는 것은 바람직하다 하겠다. 성과배분시스템은 비단 금전적인 측면뿐만 아니라 연구개발에 전념할 수 있는 비금전적인 측면에서도 강화해야 할 것이다. 일본의 다나카 고이치는 2002년 노벨화학상 수상자로서 그는 박사도 교수도 아닌 전기공학과를 전공한 학사학위 소유자며, 소니 등과 같은 대기업에 입사지원했다가 낙방하고 전공과 관련 없는 분석기기 제조회사인 교토의 시마즈제작소에 입사한 평범한 연구원이었다. 다나카가 근무하고 있는 시마즈제작소는 대학보다 더 학구적인 연구풍토를 가진 기업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 기업으로 미래를 위한 투자 지원에 아낌이 없었다고 한다. 그는 “일본기업은 지나치게 결과만 따지는 경향이 있으며 과정이야 어떻든 결과가 나쁘면 인사고과에서 감점당한다”며 “서구에서는 연구자의 잠재력과 과정을 더 중시하며 보상보다 평가 시스템이 더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당장은 이익에 공헌하지 않아도 장기적인 안목으로 기업에 이익이 되는 연구를 제대로 평가하는 시스템, 아직은 잘 안 팔리지만 애썼다며 엔지니어들에게 용기를 북돋워주는 시스템이 있었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결국, 지속적인 관심과 인정, 연구에만 전념할 수 있는 환경 제공 및, 금전적 보상이 기술개발 인력의 성과를 보상하는 최선의 길이며, 우리나라의 기업풍토상 이런 것들은 CEO의 결단과 관심이 없으면 불가능하다.
김 현, 법무법인 세창 대표변호사/대한변협 사무총장 hyunkim@sechanglaw.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