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논단] OECD 장관회의와 인터넷경제

[월요논단] OECD 장관회의와 인터넷경제

 오는 17일 서울에서 인터넷 경제의 미래를 주제로 OECD 장관회의가 열린다. 1998년 캐나다 오타와에서 전자상거래를 주제로 처음 열린 이후 10년 만이다. 지난 10년간 인터넷은 양적, 질적으로 엄청난 확산과 발전을 해왔다. 10년 전 주제에서 알 수 있듯 당시에는 전자상거래 확산이 향후 인터넷의 확산과 이용 활성화를 주도할 것으로 예상하고, 이를 위한 인프라 확충과 전자상거래의 건전한 확산을 위한 제도적 장애요인 발굴 등이 논의의 중심이었다. 이번에는 인터넷이 이미 우리의 경제활동뿐 아니라 생활의 중심에 와 있는 현시점에서 지난 10년간의 성과를 평가하고 앞으로의 발전방안을 각국의 정부정책을 주관하는 장관들이 모여 논의하고자 하는 것이다.

 인터넷은 탄생에서부터 확산, 발전에 이르기까지 미국이 주도적 역할을 해왔다. 이러한 미국과 함께 한국은 인터넷의 고도화와 발전을 선도한 국가라는 점이 이번 장관회의를 유치하는 데 가장 큰 고려 요인이 됐다. 한국은 산업화는 늦었지만 정보화에는 앞서 가자는 기치 하에 1990년대 초반부터 통신사업에서 본격적인 경쟁정책의 도입과 함께 초고속 정보통신기반 구축계획(1995년)으로 통신사업자의 통신네트워크 고도화 투자를 촉진하는 한편, 인터넷의 이용활성화를 위한 정보화촉진 시책을 병행했다. 이미 1994년 경북대 병원과 울진보건소, 전남대 병원과 구례보건소를 연결한 원격의료 시범서비스가 시도됐고, 한 교실에서 여러 학년이 함께 수업을 하는 것을 IT로 해결하기 위해 강원도 홍천의 초등학교에서 원격교육 시범서비스가 시도됐으며, 울릉도와 경주지원 간에 영상시스템을 통한 재판이 가능하도록 원격영상 재판에 관한 특례법(1995.12)을 제정하기도 했다.

 이러한 시범서비스 실시를 통해 IT의 가능성뿐만 아니라 경제적·사회적 타당성을 검증하고 연구함으로써 인터넷 정책을 선도할 수 있는 역량을 축적했고, 1995년 5월에는 제1차 APEC 정보통신장관회의를 서울에서 개최함으로써 한국이 국제사회에서 IT정책 논의를 주도하는 계기가 됐다. 정보혁명은 산업혁명과 견줄 만하게 인류의 생활을 변화시키고 엄청난 고용과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새로운 산업을 만들어낼 것으로 기대돼 왔다. 철도·도로·항만·공항과 같은 사회간접자본이 기차·자동차·선박·비행기와 같은 수송수단 자체 산업의 발전과 함께 모든 산업의 시장을 확대시키는 역할을 하는 것처럼, 인터넷의 확산은 지식과 정보의 생산·활용을 촉진함으로써 정보통신 산업뿐만 아니라 모든 산업의 생산성을 획기적으로 높이고 시장을 확대할 것으로 예상돼 왔다. 그러나 2000년 이전 세계 IT산업 성장률이 세계경제 성장률의 2∼3배 수준에 달했던 것과는 달리 2000년 이후에는 여타 부문의 성장률과 유사한 수준으로 하락하게 되면서 인터넷 경제에 대한 장밋빛 전망에 의문이 제기되기도 했다. 이것은 세계가 인터넷을 사용하기 위한 네트워크 인프라는 어느 정도 갖추어 가고 있으나 이를 본격적으로 활용하기 위한 사회·경제적 시스템 정비가 쉽지 않으며, 어느 정도의 시간이 필요하다는 방증이라고 생각한다. 개인정보 보호, 보안, 국가 간 과세권 조정, 지식재산권 보호문제, 안전한 지급수단의 확보 등은 대표적인 과제다. 인터넷의 본질적 특성상 이러한 과제들이 어느 한 국가의 노력만으로 해결되는 것이 아니고 전 세계적인 공동노력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이번 OECD 장관회의에 많은 기대를 해본다.

 노준형/서울산업대학교 총장 rjh@snut.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