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법인, 통신서 `적과의 동침`

 ‘어제는 적, 오늘은 동지?’

 국내 통신 분야 수임률 1, 2를 다투는 법무법인 ‘김앤장’과 ‘태평양’이 최근 일시적 동맹에 들어갔다. 조약을 맺거나 양해각서를 교환하지는 않았지만, 소비자 개인정보를 불법이용해 궁지에 몰린 ‘하나로텔레콤’을 지켜주기 위해 맞손을 잡은 것이다.

 김앤장은 하나로텔레콤의 개인정보 불법이용 관련 민·형사 방어 건을 수임했고, 태평양은 방송통신위원회나 공정거래위원회에 대응할 논리를 개발하되 공동 조언(카운슬링) 체계를 운용하고 있다. 통신 분야 분쟁에서 보통은 상대방으로 만났던 두 법무법인의 협력체계 자체뿐만 아니라 그 결과에도 시선이 모였다.

 “협력이 쉽지만은 않습니다. 경쟁 비슷한 분위기가 형성돼 서로 보유한 정보를 이야기하지 않는 듯합니다.”

 변호사 A가 전하는 김앤장과 태평양 간 동맹의 모습이다. 언제든 깨질 살얼음판에 가깝다. 지난 2006년 이후 KT(태평양)의 이동통신 재판매, LG텔레콤(김앤장)의 ‘기분존’ 서비스’ 등을 둘러싸고 펼쳐졌던 전쟁의 기억이 너무 강렬하기 때문이다.

 A는 또 “방통위가 법리에 다소 맞지 않더라도 하나로텔레콤에 전기통신사업법 제15조(허가의 취소 등)를 근거로 일정 기간 ‘사업정지’ 처분을 내릴 것으로 알려졌다”고 전해 김앤장과 태평양의 일시적 동맹이 그리 오래 가지 않을 것임을 예상하게 했다.

 이에 따라 최근 김앤장 고문으로 합류한 석호익 전 정보통신정책연구원장과 태평양 고문으로 활동 중인 이석채·유영환 전 정보통신부 장관들도 한시름(하나로텔레콤)을 덜되 곧바로 또 다른 ‘법적 맞섬의 그림자’가 될 전망이다.

 기업 인수합병, 시장 지배적 지위남용, 부당한 공동행위(카르텔), 재판매 가격 및 약관 규제 등을 공정거래 분야로 포괄해 수임해온 법무법인 ‘율촌’과 ‘세종’도 김앤장·태평양과 함께 통신 분야 경쟁수위를 높여가는 경향이다.

 상대적으로 지식재산권 분야에 주력해온 법무법인 ‘광장’도 최근 김동수 전 정통부 차관을 고문으로 영입하고 전문 변호사들을 보강하는 등 통신 판 샅바싸움에 힘을 더할 태세다.

 “법무법인별로 특정 회사를 중복·교차 수임하는 것이 문제를 야기할 수도 있다.”

 변호사 B의 지적이다. 김앤장·태평양·율촌·충정 등 KT 대리법인들 가운데 SK텔레콤이나 LG텔레콤으로부터 수임하는 사례가 비일비재한 것이다. 실제로 김앤장과 태평양은 수임 건별로 거의 모든 통신회사를 넘나들고 있다.

 B는 “예를 들어 KT, SKT 모두 고객회사인데 특정 쟁점에 상대방 회사가 다른 법무법인을 고용했을 때에는 양해를 구한 뒤 반대진영에 서기도 한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2006년 ‘기분존’ 다툼으로부터 통신 분야 법무법인 대리전이 본격화했다”면서 “앞으로 인터넷(IP)TV를 계기로 방송은 물론이고 방송·통신 융합형 갈등도 분출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은용기자 eyl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