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tech) 표심을 잡아야…’
미 대선 후보 존 매케인(공화당)과 버락 오바마(민주당)를 겨냥한 현지 정보기술(IT) 산업계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실리콘밸리로 대변되는 IT산업계의 민심은 당락을 결정하는 ‘표’일 뿐만 아니라 선거에 필요한 든든한 ‘돈줄’이 되기 때문. 두 후보들은 IT전문가들을 속속 캠프에 합류시켜 공약을 구체화하면서 후원금을 모으고 있고, 산업계는 ‘들러리’가 되지 않도록 각각의 이해와 요구가 포함된 의견들을 다양한 통로를 통해 표출하고 있다.
◇정책은 매케인이, 후원금은 오바마가 앞서=현재 스코어로는 매케인이 정책 대결에서 다소 앞서 있는 반면, 후원금은 오바마가 더 많이 모은 것으로 집계됐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실리콘밸리 기업 CEO 150여명이 참가하는 테크넷이 최근 후원 행사를 개최한 결과, 오바마가 5월말까지 500만달러의 후원금을 모은 것으로 전했다. 같은 기간 동안 매케인의 후원금은 80만달러에 머물렀다. 칼리 피오리나 전 HP CEO가 후원금 모금 총책으로 참여했음에도 비교적 저조한 실적이다.
반면 정책 대결에서는 매케인이 앞서 있는 것으로 평가됐다. 매케인의 경우, 자유 무역 활성화와 특허 출원 절차 개선, 정보격차 해소 등 다양한 규제 정책에 관해 전문가 풀(pool)을 동원해 세밀한 부분까지 손질을 보고 있는 중이다. 마이클 파월 전 연방통신위원회(FCC) 의장이 그의 정책 참모중 하나다. 오바마는 최근 구글의 주파수 경매 참여로 촉발된 ‘망중립성’ 이슈를 중심에 두고 IT정책에 접근하고 있는 만큼 아직 다양한 분야를 섭렵하지 못한 상황이다.
◇실리콘밸리, IT 정책 과제 제시=현지 IT전문가들과 벤처투자가들은 두 후보들에게 공히 ‘더 많은 논의’를 요구했다. 실리콘밸리를 대표하는 IT칼럼니스트중 한 사람인 크리스 오브리언은 머큐리뉴스와 그의 블로그에 게재한 칼럼을 통해 주요 정책 과제를 제시했다. 오브리언은 기술의 빠른 변화로 문제가 되고 있는 △IT 기술 인력 재교육 △전자폐기물(E-waste) 처리 방안 등이 차기 대통령이 해결해야할 최우선 과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또 실리콘밸리의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특허출원 제도를 시급히 개선할 것을 제안했다. 미국은 출원자가 공개를 원하지 않을 경우 출원된 내용을 밝히지 않을 수 있어 신규 출원자가 중복 출원하는 사례도 빈번하다.
실리콘밸리 유수 IT기업들을 회원사로 둔 IT산업협회(ITIC)는 ‘비즈니스 프렌들리’를 위해 기업간 거래의 규제를 완화해줄 것을 요구했다.
브라이언 피터스 ITIC 이사는 “오바마는 현재 우리가 원하는 정책 리스트를 전달받은 상태고, 매케인은 자유무역를 지원하는 정책들을 내놓고 있어 고무적”이라면서 “회원사들의 이해와 요구, 실리콘밸리 생태계를 개선할 수 있는 다양한 목소리를 전달하겠다”고 말했다.
정지연기자 jyj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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