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잔 밑이 어둡고, 가까이 있을수록 소중함을 모른다는 말이 있다. 건강할 때는 건강의 소중함을 느끼지 못하다가, 몸의 어느 작은 한 부분만 아파도 건강의 고마움을 새삼 깨닫게 되는 것과 마찬가지로 우리가 매일 누리는 당연한 행복-가정과 직장·음식·문화·건강, 그리고 모든 문명의 혜택-에 대한 고마움과 소중함은 언제나 간과하기 쉽다. 스탠더드, 즉 ‘표준’이 그렇다.
표준은 현대사회를 사는 우리 모두에게 많은 혜택과 풍요로움을 주는 거대한 약속이다. 표준은 다양한 형태로 우리 삶의 모든 부문에 존재하며, 지구촌 어디에서나 우리의 안전을 지켜주고, 효율적이고 편리한 사회를 만들어주며, 또 삶을 더욱 풍요롭게 해주고 있다.
표준의 혜택은 기업 활동에서 가장 쉽게 접할 수 있다. 세계가 하나로 통하는 글로벌 시대로 접어들면서 글로벌 스탠더드의 중요성은 더욱 부각되고 있다. 현대를 ‘표준전쟁’ 시대라 할 만큼 어느 나라가 국제 표준을 많이 확보하고 있는지는 그 나라의 경쟁력을 판가름하는 중요한 잣대가 되고 있다. 표준은 국가와 기업에 경제적인 이익을 가져다 줄 뿐 아니라 그로 인한 혜택은 모든 사람에게 돌아가게 된다.
기업들은 글로벌 스탠더드의 습득을 통해 기업 경쟁력을 국제적 수준으로 제고하고 체질을 개선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기업에 표준이란, 최신의 기술 및 최상의 관행(best practice)을 구체화한 결과물이다. 따라서 이러한 표준을 습득한다면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기 위한 체질 개선에 소모되는 시간과 비용 그리고 노력을 최소화할 수 있을 것이다.
이제 표준의 영역은 과거의 비용 절감, 생산성 향상, 생산·품질관리 등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이미 표준은 혁신을 통한 가치 창출,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기업경영 등으로 그 활용이 확대되고 있다. 좋은 사업 아이디어를 보유한 기업이 미국이나 유럽 시장에 성공적으로 진출하려면 신기술을 개발해 사업화함과 동시에 국제 표준을 선점, 제품 경쟁력을 확보하는 것이 유리하다. 글로벌 스탠더드가 곧 글로벌 경쟁력이기 때문이다. 또 기업의 사회적 책임 등으로 국제 표준이 확대되고 있어 투명하고 신뢰받는 기업경영 문화를 갖추기 위해서 표준은 필수요소다. 어떤 기업도 글로벌 스탠더드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는 것이다.
표준의 혜택은 일상에서도 접할 수 있다.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우리의 일상은 표준 안에서 존재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옷 치수 표준이 있어 인터넷 쇼핑을 할 때 직접 입어보지 않아도 쉽게 옷을 구입하고, 픽토그램(pictogram) 표준이 있어 초행길이라도 쉽게 화장실과 비상구를 찾고, 바코드 표준이 있어 슈퍼마켓에서 물건을 계산하는 시간을 줄일 수 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주택과 아파트, 일하는 직장, 잠을 자는 침대와 휴식을 취하는 소파, 밥상과 식탁, 옷과 신발, 화장품, 자동차와 교통수단, 수돗물과 수도꼭지, 변기와 냉난방 기구, 방송과 문화, 그리고 음식에 이르기까지, 사용자의 안전과 편의 그리고 풍요로움을 위해 일정한 기준이나 규칙 등의 약속으로서 표준은 존재한다. 누구나 지켜야 하는, 그리고 나도 모르게 몸에 배어 지키고 있는 사회적인 질서와 약속도 일종의 표준이라 할 수 있다.
세계적으로 통일되지 않은 각종 생활 속 에티켓, 관습, 규범 등 다양한 표준들로 인해 우리는 어려움을 겪는다. 좌·우측 통행과 교통질서, 문화, 예절, 풍습 등도 이에 속한다. 실제로 많은 외국인이 국내에서 생활할 때 이러한 차이로 곤란을 겪게 되는 일이 많다고 한다. 해외 거주나 여행, 출장 시 우리 또한 외국에서 이러한 사례들을 경험하곤 한다. 앞으로는 이러한 사회적·문화적 분야에 대응하기 위한 글로벌 스탠더드도 활발히 제정될 것이다. 남인석 지식경제부 기술표준원장(namis12@kats.g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