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 신기하네요!”
팔다리를 모두 쓸 수 없는 환자가 머리 움직임 하나만으로도 쉽고 편리하게 휠체어를 마음대로 조종할 수 있게 하는 지능형 휠체어 앞에서 학생들이 탄성을 자아낸다. 모델의 몸 관절 마디마디에 부착된 수십개의 칩을 이용해 그림을 일일이 그리지 않고도 움직이는 동작을 그대로 애니메이션으로 옮길 수 있는 ‘모션캡처’ 기술에 교수들이 연신 고개를 끄덕인다. 호수 바닥에 쌓인 퇴적물 찌꺼기에서 전기를 만들어내는 새로운 연료전지 기술에 대해 국책 연구기관장이 궁금한 사항을 묻고 또 묻는다. 참석자들이 마치 박람회를 보듯 부스를 돌아다니며 신기술들을 보고 듣고 체험한다.
대학축제가 한창이던 지난달 16일 건국대학교 캠퍼스에서 펼쳐진 풍경이다. 먹자판·놀자판으로만 생각하기 쉬운 대학축제가 한 해 동안 쌓아온 연구 성과와 신기술을 선보이는 ‘테크노 페어(Techno Fair)’라는 기술축제의 장으로 바뀐 것이다. 올해 두 번째인 건국대 테크노페어에서는 내로라하는 국책 연구기관장들이 대거 참석해 건국대가 산학협력으로 개발하고 있는 스물 두 가지 신기술을 ‘쇼핑’했다. 한국 대학이 새로운 발견과 신기술 탄생의 중심지로 서서히 바뀌고 있는 한 단면이다.
오랫동안 우리나라 대학에서 나오는 뉴스는 사건사고나 오락가락하는 입시제도, 젊은이들의 새로운 트렌드 등 사회성 뉴스가 주를 이뤘다.
그런데 지금은 달라지고 있다. 대학이 사회뉴스 범주를 벗어나 과학기술과 벤처, 정보통신(IT) 분야, 나아가 산업기술 관련 뉴스의 중심 취재원으로 바뀌고 있다. 지난해부터 올 5월까지 건국대가 자동차, 디스플레이, IT, 바이오(BT), 나노기술(NT), 융합기술 등 각 분야 기업과 공동연구 프로젝트를 시작하거나 관련 신기술을 발표한 것만 20여건에 달한다.
언론을 통해 독자들에게 전달되는 대학 뉴스가 과학기술 중심으로 바뀔수록 대학의 연구역량은 더 높아지고, 산학협력과 기술이전의 범위도 더 넓어지면서, 우리나라 기업과 산업의 기술 수준과 국제 경쟁력도 한층 높아질 것이다. 땀과 열정, 도전과 창의의 성과물인 테크노페어가 몇 년 안에는 대학 캠퍼스가 아닌 코엑스나 킨텍스 등 대형 전시장에서 대규모로 열리고 신문방송에서도 떠들썩하기를 꿈꿔본다.
김호섭 건국대학교 홍보실 과장 (dream52@empa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