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택칼럼]KT-SKT, 나가서 승부하라

[이택칼럼]KT-SKT, 나가서 승부하라

 정보통신업계에는 ‘큰형’이 있다. 업계 질서상 KT가 맏이, 곧 큰형님이다. 누구도 부인하지 않는다. 어느새 매출액은 엇비슷, 이익은 좀 더 많은 ‘덩치’ SKT조차 ‘KT 큰형님론’을 인정한다. 2∼3년 전부터는 큰형님 대열에 SKT를 합류시키는 관계자들도 늘어나고 있다. 업계 사람들이 ‘큰형’을 들먹이는 것은 우산 속에 숨고 싶다는 의중을 반영한다. 주로 맏이로서의 역할론이 제기될 때다. 수익이 불투명한 분야의 선행투자나 신규 서비스 론칭 따위의 껄끄러운 일에는 형님들이 앞장 서 깃대를 들어 달라는 뜻이다. 시장 트렌드를 이끌어 달라는 요구가 우선이다. 비즈니스 세계지만 형님들이 기꺼이 위험을 감수하고, 아우들은 안전한 곳으로 안내해 달라는 바람도 깔려 있다.

 ‘큰형님’들이 글로벌 경영에 시동을 걸었다. 반가운 일이다. 하지만 보다 전면적이고 공격적인 해외진출이 필요하다. 이미지 관리나 구색 맞추기가 아닌 승부사업으로 글로벌 비즈니스에 달려들어야 한다. 어차피 한국 시장은 포화상태다. 경천동지할 신사업이 등장할지라도 과거의 성장세를 재현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눈을 밖으로 돌리면 천지가 시장이다. 업의 특성상 하드웨어처럼 해외진출이 간단치는 않아도 이제는 외길 순서다.

 이미 전 세계 규모의 인수합병과 서비스를 제공 중인 보다폰, 도이치텔레콤, NTT도코모가 결코 SKT와 KT보다 뛰어난 기업은 아니다. 핵심 경영 역량을 글로벌 분야에 전략적으로 투입한 결과다. 네트워크 운용과 가치를 창출하는 서비스 노하우는 오히려 한국의 ‘큰형님’들이 앞서 있다. 7∼8년 전에는 BT와 도코모를 벤치마킹했지만 이제는 배울 곳이 없는 ‘큰형님’들이 됐다. 더구나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는 몸집불리기는 이머징마켓 국가들까지도 한창이다. 인도회사가 남아공 기업과 합병하고 제휴하는 세상이다.

 KT는 연해주 NCT에 투자한 것이 성공한 이후 정중동이다. 여타 국가에 진출을 시도하고 있지만 가능성 타진 수준이다. SKT는 좀 더 강력한 해외경영을 시도하고 있다. 몽골과 베트남에서 사업 중이다. 최후의 승부처 미국에는 힐리오가 나가 있고 전략 지역인 중국에는 차이나유니콤에 지분 투자했다. 기대에 비해서는 고전 중이란 것이 중론이다. 환경이 다른 해외에서 직접 서비스에 나서는 것은 리스크 부담이 너무 크다. 하지만 적자에 실망해도 경영 노하우는 남는다. 수업료를 지급하는 것이다. 배워서 더 큰 성공의 밑거름으로 삼으면 된다.

 실패가 두렵거나 주주들 눈치 탓에 안방에 안주하는 것은 독약이다. 마침 김신배 SKT 사장은 방향을 해외로 틀었다. 한중 정상회담에서 보여주었듯 전술적 변화도 읽힌다. 통신서비스만을 고집하는 것이 아니라 경쟁력을 갖춘 인근산업, 연관산업과의 동반 공략이다. KT 역시 남중수 사장이 연임했으니 무언가 승부 카드를 던질 것이다. KTF를 통한 동남아 진출은 이미 가시화됐다. 정부의 몫도 있다. 진입장벽이 높고 규제 리스크가 대부분인 해외 통신사업이다. 정부 간 풀어야 할 부문이 널려 있다. ‘기업 프렌들리’는 정부가 풀어야 할 과제다. 신사업을 허가하고 주파수를 관리할 때 기업의 해외사업도 함께 고려하는 전향적 정책 당국의 모습을 보여주어야 한다.

 M&A건, 지분 투자건, 콘텐츠 제휴건 나가라. 사업자가 진출하면 솔루션에서 하드웨어까지 IT업계 전체의 ‘아우’들이 뒤따라 혜택을 입는다. 이 좁은 한국에서 치고받기에는 KT와 SKT의 기업 역량이 너무 아깝다.

 이 택 논설실장 ety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