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조업이 사면초가에 놓였다. “이제 제조업 가지고는 안 된다”는 과격한 주장이 있는가 하면, “서비스가 해법”이라는 목소리도 들린다. “동북아 금융허브가 가장 시급한 과제”라고도 한다. 제조업 생산의 우회도를 이해 못하는 일각에서는 “외국에서 활동하는 프로 골프선수의 수입이 자동차 수출로 얻는 이익보다 크다”고 강변한다. “관광산업은 굴뚝 없는 청정산업”이라는 홍보카피가 ‘굴뚝’이 불가피한 제조업 종사자들의 마음을 상하게 하기도 한다. 서비스를 적극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는 데 이견이 있을 수 없다. 더 많은 부가가치와 고용창출을 해야 할 분야다. 그러나 제조업의 대안이 아닌 제조업과의 보완적 발전을 통해 해답을 찾아야 할 일이다. 제조업은 현재와 지난 40여년은 물론이고 앞으로도 우리의 핵심 먹거리가 돼야 할 부문이기 때문이다. 몇 가지 이유만 들어보자.
첫째, 제조업은 선진국에서도 여전히 핵심 성장동력이다. 1980년대부터 존 나이스빗, 오마에 겐니치 등은 제조업 고용이 제1세계 선진국에서 제3세계 개발도상국으로 이전해 갈 것으로 예언했다. 실제로 노동집약적 산업의 이전이 이뤄졌다. 그러나 일본의 무역흑자나 캐논의 일본 고용증가 사례가 웅변하듯 자본집약적 고부가가치 제조업은 여전히 선진국의 차지다. 독일·아일랜드 등이 대표적 성공사례다.
둘째, 제조업은 타 산업의 생산 및 고용 유발효과가 크다. 2004년 유럽연합에 따르면 유럽연합의 제조업과 ‘제조관련’ 서비스를 합한 부가가치 및 고용창출 비중은 70∼75%나 된다. 미국의 제조업에서 1단위 생산은 타 분야에서 1.4단위 생산을 유발한다. 마이클 포터가 갈파한 대로 제조와 서비스가 연결돼야 서비스산업의 경쟁력이 생긴다.
셋째, 제조업은 민간 R&D 및 혁신을 주도한다. 미국이나 일본·독일 등에서는 민간 R&D의 80%가 제조업에서 이뤄진다. 타 산업 대비 3배 이상의 기술혁신이 일어난다. 지식기반경제로 진입하면서 R&D와 기술혁신의 중요성은 더 커지게 될 것이다.
그렇다면 제조업의 성장을 위해서는 어떤 발전전략이 필요한가. 첫째, 이공계 및 기능인력양성이 무엇보다 급선무다. 기업 등 수요처에서도 인력을 키워야 하지만, 원하는 모든 국민이 교육과 훈련을 받을 수 있는 효율적인 인프라를 갖추는 것은 국가의 몫이다. 둘째, 산학협력을 강화해야 한다. 최근 몇 년 새 대학의 산학협력 관심이 높아졌으나 미국, 핀란드와 같이 거의 ‘산학일체’ 수준의 클러스터가 형성된 국가에 비하면 갈 길이 멀다. 정부의 기초연구지원을 주로 수요자 중심의 산학과제로 전환하는 방안을 검토해 봄직하다. 셋째, 중소기업 기술금융의 발전이 중요하다. 벤처 캐피털을 포함한 기술금융과 M&A가 활성화돼 투자확대 및 투자자금의 회수가 쉬운 여건을 만들어야 한다. 넷째, 합리적이면서도 획기적인 규제완화 조치를 통한 기업환경 조성은 정부의 지원보다도 중요하다.
영국 경제학자 클라크는 일찍이 “제조업이란 제1차 산업에서 생산된 원료를 가공하는 제2차적 생산을 수행하는 산업”이라고 정의했다. 이제 클라크의 산업분류는 큰 의미가 없어 보인다. 오늘날의 제조업은 단순조립의 단계를 넘어 여러 종류의 서비스와 접목되면서 더 많은 부가가치를 창출한다. 탈산업화(disindustrialization) 또는 비산업화(deindustrialization)가 아닌 새로운 모습으로 진화해 가고 있는 것이다. 제조업은 영원하다. 또 우리가 가야 할 길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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