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계 미국 저가 평판TV업체 비지오가 글로벌 전자대기업들로부터 특허 침해를 이유로 피소됐다.
삼성전자와 미쓰비시전기, 소니, 일본 빅터(JVC) 등은 비지오가 고화질(HD)TV에 사용되는 동영상 압축기술 MPEG-2와 관련해 15개의 특허를 위반했다며 뉴욕 맨하탄 연방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고 외신들이 일제히 보도했다. 이번 소송에는 프랑스 톰슨과 네덜란드 필립스 등 유럽 전자기업들도 참여했다.
제소한 기업들은 수년간 비지오에 관련 특허 사용에 관한 라이선스 계약을 맺자고 각기 요구해왔으나 비지오가 이를 거절하면서 집단 소송에 나선 것으로 밝혔다.
비지오는 이에 대해 공식 보도자료를 내고 “우리에게 제품을 공급해주는 대만의 협력 업체들이 MPEG-2와 관련한 특허를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문제 될 것이 없다”면서 “이번 소송으로 인해 우리의 비즈니스가 타격을 받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반박했다.
◇뉴스의 눈
비지오의 돌팔매질에 견디다 못한 글로벌 전자대기업들이 결국 ‘특허 협공’의 카드를 꺼내 들었다.
비지오의 초저가 평판TV 때문에 직격탄을 맞아 가격 인하 맞불 작전에 나섰던 우리나라 삼성전자와 일본의 소니가 주축이 됐다. 북미 평판TV시장에서 퇴출 위기에 놓여있던 필립스·톰슨 등 유럽 전자업체들도 참여했다. JVC·콜럼비아대학 등 관련 특허 보유자들은 추가 배상소송도 냈다.
이처럼 관련 특허권자들이 총출동한 이유는 뭘까? 얼핏 보기에는 시장을 흐리고 있는 미꾸라지 비지오에 흠집을 내고 압박을 가하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0.2∼0.3%의 점유율 차이로 업치락뒷치락하는 입장에서는 이같은 소송은 시장의 주도권을 쥐는데 적절히 활용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 소송은 ‘특허권 확장 범위’라는 이슈의 가이드라인을 만들자는 점에서 관련 업계는 큰 의미를 두고 있다. 비지오와 비즈니스적 연관이 없는 특허권자인 JVC나 콜럼비아대학 등이 참여한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특허권자들은 소장에서 “비지오가 HDTV 생산·판매의 주체인 만큼 별도의 특허 사용 계약을 체결해야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비지오는 자사에 평판TV를 제조·공급하는 대만 앰트론 등이 특허를 보유하고 있고, 그 특허를 확장해 사용하고 있기 때문에 추가적인 라이선스 체결은 필요없다고 반박하고 있다. 즉, 전자제품을 외주 생산하는 업체의 특허 라이선스 체결에 대한 해석을 달리하고 있는 상황이다.
업계에서는 이번 소송에 앞서 MPEG 특허전문업체인 MPEG LA가 대만의 저가 평판TV 제조업체 타겟을 상대로 유사한 소송을 낸 것을 주목하고 있다. 격심해지는 경쟁의 파고를 뛰어넘기 위해 새롭게 부상하고 있는 전자제품 위탁생산 체계에도 동일하게 특허권을 적용해야한다는 생각이다.
한 특허전문가는 “위탁생산이라는 미명아래 특허료도 내지 않고 시장의 질서를 교란시키는 것은 공정 경쟁에 위배된다”고 지적했다.
정지연기자 jyj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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