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서양을 사이에 둔 유럽과 미국의 통신시장이 각각 대규모 인수합병(M&A) 회오리에 휘말렸다.
전문가들은 2∼3년 전까지만 해도 3G 신규 투자와 주파수 경매 등의 대규모 지출로 자금압박을 받아왔던 통신업체들의 재정난이 어느 정도 해소되면서 거대 통신기업을 필두로 시장을 재편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거품이라는 우려가 있었던 과거와 달리 최근 진행되는 통신시장의 M&A는 현재가치를 냉정히 평가한 거래가 이뤄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범유럽 통신시장, 새판짜기 한창= 프랑스텔레콤은 북유럽 통신업체 텔리아소네라에게 현금과 주식교환 방식으로 422억달러(주당 9.3달러)의 인수를 제안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 블룸버그 등이 8일(현지시각) 보도했다. 텔리아소네라는 프랑스텔레콤이 제시한 가격에 난색을 표하며 일단 M&A제안을 거절했으나 프랑스텔레콤은 2주간의 협상 시한을 통보하며 양보할 의사가 없음을 분명히 한 것으로 알려졌다.
디디에 롬바르드 프랑스 텔레콤 CEO는 FT와의 인터뷰에서 “두 회사의 결합은 진정한 의미의 범유럽 통신사업자로 거듭나는 기회”라며 텔리아소네라 측의 결단을 촉구했다.
프랑스텔레콤은 프랑스 1위 유무선통신기업이고 스웨덴 스톡홀름에 본사를 둔 텔리아소네라는 스웨덴 정부와 핀란드 정부가 각각 지분을 보유한 북유럽 최대 통신업체다. 만약 프랑스텔레콤과 텔리아소네라 간 M&A가 성사될 경우 매출이나 가입자 규모에서 세계 4위의 거대 통신회사가 탄생하게 된다. 그러나 노르웨이의 텔레노어가 텔리아소네라 인수에 관심을 보이고 있어 인수가 성공리에 마무리될 지는 미지수다.
이에 앞서 지난달 도이치텔레콤은 그리스 이동통신업체 헬레닉텔레콤과 인수협상을 끈질기게 진행한 끝에 마침내 경영권을 행사할 수 있는 상당 지분을 인수하는데 성공했다. 또, 스페인 최대 통신기업 텔레포니카는 텔레콤 이탈리아의 대주주로 등극하며 각각 유럽 지역 내 세불리기에 주력하고 있다.
◇미, AT&T 1위 아성 무너지나= 프랑스텔레콤과 텔리아소네라의 협상결렬 소식이 전해진 이날 미국에서는 2위 이동통신사업자 버라이즌 와이어리스가 지역무선사업자 올텔을 281억달러에 전격 인수했다. 버라이즌이 올텔의 대주주인 TPG와 골드만삭스에 현금 58억달러를 지급하고 올텔의 부채 222억달러를 떠안는 조건이다. 올텔은 가입자 수 1320만명에 달해 가입자 규모로 미국 내 5위 업체이기도 하다. 버라이즌과 올텔의 가입자 수를 산술적으로 합치면 8000만여 명으로 1위 AT&T의 7140만명을 웃돈다. 버라이즌이 연내 올텔과의 중복사업을 정리하고 합병을 완료한 후에도 가입자 규모나 매출, 순익에서 AT&T를 넘어설 수 있을 지가 관심사다.
4위업체 T모바일도 AT&T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도이치텔레콤의 미국 내 이동통신자회사 T모바일은 자신보다 덩치가 큰 3위업체 스프린트넥스텔과 물밑협상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스프린트넥스텔이 경영 부진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때를 노려 인수합병에 성공한다면 T모바일은 현재 미 이통시장 4위에서 단숨에 1위로 뛰어오를 수 있다. 하지만 모기업 도이치텔레콤이 헬레닉텔레콤 지분 인수에 대거 투자하면서 자금 조달은 쉽지 않은 상황으로 알려졌다.
조윤아기자 foran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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