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의 데이터 전송 속도를 보장해준다는 USB 3.0 제품 출시가 임박한 가운데 규격을 둘러싼 정보기술(IT) 업계 내분이 증폭되고 있다. USB 3.0 표준을 주도하고 있는 업체와 스펙 작업에서 소외된 업체 사이의 기 싸움이 본격화하고 있는 것.
‘슈퍼 스피드(super speed)’라는 별칭을 자랑하는 USB 3.0은 최고 속도가 초당 4.8기가비트(Gb)로 USB 2.0보다 10배 가량 빠르다. 조만간 관련 규격이 확정돼 이르면 연말, 늦어도 내년 초에는 USB 3.0을 지원하는 PC와 디지털 미디어 및 주변 기기가 시장에 쏟아질 전망이다.
10일 C넷 뉴스블로그 등에 따르면, AMD·엔비디아·비아테크놀로지 등은 UBS 3.0 표준화를 주도하고 있는 인텔이 경쟁사에 조직적으로 정보를 제공하지 않고 있다면서 독자적인 USB 3.0 규격 마련에 나설 계획이라고 전했다. 최근 대만에서 열린 컴퓨텍스에서 USB 3.0 관련 시제품들이 대거 출품됐지만, 정작 두 회사는 이에 관한 제대로 된 정보를 확보할 수 없어 불만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것. AMD와 엔비디아의 소식통에 따르면, USB 3.0 대안 규격 마련을 위한 첫 모임을 다음주에 개최한다는 계획이다.
UBS 3.0 규격 전쟁에 정통하고 AMD에 가까운 한 소식통은 “인텔이 CPU와 칩세트를 만드는 경쟁사라면 누구에게도 규격에 대한 정보를 주지 않고 있다”면서 “인텔 주도의 스펙과 호환되는 2차 규격(a secondary specification)을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
또다른 관계자는 “AMD와 엔비디아는 인텔이 호스트 컨트롤러 규격을 내놓을 때까지 수 개월 동안 기다릴 수밖에 없다. 그동안 인텔이 실제 시장을 석권할 것이다. 6∼9개월 이상이나 늦게 USB 3.0에 대한 정보를 알 수 있다는 것은 큰 문제다”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인텔은 공식적으로 “산업계와 약속한 대로 완벽한 규격을 가능한 한 지연하지 않고 내놓아 IT업계가 널리 USB 3.0을 채택하는 것이 우리의 목표”라면서 “규격이 완성되면, 공개할 것”이라고 말했다.
인텔에 가까운 한 소식통은 “AMD과 엔비디아의 행동은 매우 부적절하다. USB 3.0 관련 제품을 내놓기 위한 가이드를 만들기 위해 인텔이 많은 자본과 엔지니어들을 투자했다”면서 인텔의 행동을 옹호했다.
AMD 측은 2개의 서로 다른 USB 3.0 규격이 나올 가능성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AMD 측은 “이대로 가다가는 서로 다른 2개의 USB 3.0 규격이 나올 수 있다. 이것은 소비자에게는 굉장히 좋지 않다. 그러나 별도의 선택의 여지가 없다는 게 우리의 판단”이라고 말했다.
◆용어 설명:USB 3.0
USB 3.0 지원 그룹(USB 3.0 Promoters Group)은 인텔이 주도하고 있으며, 마이크로소프트·HP·텍사스인스트루먼츠·NEC·NXP세미컨덕터 등이 참여하고 있다. USB 표준 규격은 USB 구축 포럼(Implementers Forum)에서 결정난다. USB 지원 그룹 대부분이 USB 구축 포럼에 속해 있기 때문에 이번 규격이 USB 3.0 표준 규격으로 채택될 가능성이 높다. AMD와 엔비디아의 이번 반발이 어떠한 영향을 미칠 지 귀추가 주목된다.
- USB 3.0 상세 내역
▶연말 혹은 내년 초 확정
▶데이터전송 목표 속도 5Gbits/s
▶USB 2.0, 익스프레스카드 1.2 스펙과 호환
▶3Git/s 시리얼 ATA 하드디스크 드라이브 등 지원
류현정기자 dreamsho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