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하이얼이 금융기관을 접촉하는 등 GE 가전 사업부 인수를 위한 물밑작업에 나섰다고 11일 파이낸셜타임스가 정통한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이에 따라 약 70억 달러 규모로 추정되는 이번 인수전에는 우리나라는 물론 독일·터키·멕시코·스웨덴·이탈리아·중국 가전업체와 사모펀드까지 뛰어들어 각축전을 벌이게 됐다.
하이얼이 미국 업체 인수에 나섰던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이 회사는 2005년에도 사모펀드(베인캐피탈, 블랙스톤)와 팀을 결성, 미국의 메이태크(Maytag)를 인수하려다가 실패한 적이 있다. 하이얼의 시도는 저가 대량 생산력을 갖춘 중국과 인도 기업들이 미국 기업의 브랜드와 유통망을 획득하기 위한 각종 인수전에 앞다퉈 나서는 도화선이 됐다.
하이얼이 주목받는 것은 한층 강화된 자금력이다. 3년 전만 해도 하이얼 단독으로 미국 기업을 인수하기에는 역부족이었지만 최근 현금 흐름이 크게 좋아진데다 중국 정부까지 자국 기업의 해외 투자를 적극 지원하고 있어 가장 강력한 인수 후보자로 부상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하이얼이 중국개발은행과 같이 자국 금융기관보다는 미국 금융기관과 전략적으로 제휴해 인수전에 참가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했다. 미국 금융기관과 손을 잡는 것이 GE 사업부 인수전에서도 유리하기 때문이다. 인수 후 서로 다른 문화를 가진 두 기업을 통합하는 등 산적한 난제를 푸는 데도 노련한 미국 금융기관의 관리 능력이 필요하다. 실제로 중국 PC업체 레노버는 IBM PC 사업부를 인수한 후 제너럴아틀란틱과 TPG 등에 각 사업 부문 통합 업무를 맡겼다.
류현정기자 dreamsho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