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단상]공작기계 中企 경쟁력 강화 시급

[ET단상]공작기계 中企 경쟁력 강화 시급

 공작기계산업은 어느 국가를 막론하고 기계산업뿐 아니라 모든 제조업 전반의 경쟁력을 좌우한다.

 공작기계 분야에서 우리나라는 30여년의 짧은 역사에도 불구하고 현재 세계 5위의 공작기계 생산 대국이자 6위 수출국으로 위상을 다졌다. 지난해에는 생산액 4조2000억원, 수출 18억달러에 무역흑자 5억달러를 달성하는 호조를 보였다. 그러나 전통적인 공작기계 강국인 독일·일본과 기술 격차는 좀처럼 줄지 않는 가운데 중국·대만이 빠르게 추격해 오는 상황이다. 한국은 공작기계 분야에서 반드시 독자적인 시장 영역을 확보해야 할 상황에 몰려 있다.

 한국공작기계공업협회는 이 같은 시대적 과제에 따라 ‘비전 2020’이라는 중장기 발전전략을 제시했다. 비전 2020의 핵심은 오는 2020년까지 일본·독일·중국과 더불어 한국이 세계 공작기계 4강 대열에 진입하는 것이다. 이 계획에 따르면 국내 공작기계산업이 2020년 생산 9조원, 수출 50억달러. 세계 시장 점유율은 5.4%에서 15.5%로 늘어나게 된다.

 한국이 세계 4대 공작기계 대국이 된다는 것은 우리나라 제조업의 경쟁력이 세계 4위로 올라선다는 것과 같은 의미다. 현재 공작기계산업이 기계공업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약 1.5%로 자동차·전기전자·조선산업 등에 비하면 미미한 규모다. 하지만 기계를 만드는 기계, 공작기계를 정교하게 잘 만드는 나라는 여타 공산품 제조에서도 절대 뒤처지지 않는다. 공작기계산업은 한 국가의 제조업 경쟁력을 좌우하는 바로미터기 때문이다.

 가슴 뿌듯한 비전2020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 우리 산업계가 간과해서는 안 될 점이 있다. 열악한 처지에 놓인 국내 중소 공작기계 업체의 경쟁력 강화가 수반되지 않고는 세계 4위의 공작기계 대국은 한낱 구호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공작기계 업계의 구조를 보면 중소기업이 절대다수고 어느 정도 규모를 갖춘 중견기업은 극히 취약한 양극화 양상을 띠고 있다. 재무구조를 따져보면 중소 공작기계 업체들의 어려움은 더욱 확연히 드러난다.

 국내 대형 공작기계 업체와 독일·일본 선도기업들의 매출 원가율은 70% 미만인 데 비해서 대부분 중소 공작기계 업체들의 매출 원가율은 80%를 훨씬 웃돌고 있다. 이들은 대기업과의 유사한 중복제품 생산에 따른 저가 마케팅 때문에 수익성 확보에 한계를 보이고 있다. 대기업에 비해 상대적으로 기술 개발력이 부족하고 공격적인 마케팅 활동에도 한계를 보이고 있다. 중소 공작기계 업체 대표들을 만나보면 대체로 공장가동률을 높이는 데 급급한 실정이다. 영업이익률도 국내 대기업과 해외 선도기업은 10%가 넘지만 중소기업들은 절반 정도로 취약한 상태다. 그나마 기술력을 갖춘 중소기업들도 생산품목을 늘리기 위한 일부 대기업의 OEM 생산 물량에 날로 의존도가 높아져 내수는 물론이고 수출시장에서도 양극화 현상은 점차 심해지고 있다.

 한국과 경쟁국인 대만의 공작기계산업도 태반이 중소기업이지만 상황은 크게 다르다. 대만은 작년도 세계 공작기계 4위의 수출국이다. 생산 대비 수출 비중은 무려 78%로 우리보다 훨씬 높다. 대만 중소기업의 적극적인 해외시장 진출 없이는 불가능한 성과다. 물론 대만은 산업구조가 중소기업 위주로 형성된 탓도 있다. 하지만 대만 정부가 공작기계산업을 지원하는 별도 위원회를 운영하며 중소 공작기계 업체들의 경쟁력 강화에 적극적 노력을 해온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올해 국내 공작기계산업은 처음으로 20억달러 수출 달성이 전망된다. 이 같은 목표를 위해서는 중소기업의 역할이 막중하다. 주변의 열악한 조건만 한탄하는 태도에서 탈피해 중소기업 스스로 해외시장 개척에 더욱 적극적으로 나서고 대기업과 정부 협력이 어우러진다면 세계 4위 공작기계 대국의 꿈을 달성할 수 있다. 신정부가 들어서면서 중소기업 처지를 많이 배려한 정책을 속속 내놓고 있으니 중소 공작기계업체를 운영하는 사람으로서 기대감이 커진다. 류흥목 한국공작기계공업협회장 hantop@unite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