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C와 반도체는 뗄래야 뗄 수 없는 연관 산업이지만 이 둘의 올 한해 시장 전망은 정반대로 나타나 희비가 교차하고 있다.
11일(현지시각) IDC, 가트너 등 미 주요 시장조사업체와 관련 업계에 따르면 올해 전세계 PC시장은 예상보다 큰 폭으로 증가하고 있는 반면, 반도체 시장은 여전히 불황의 늪에서 헤어나질 못하는 상태다.
◇노트북PC 판매 호조로 PC시장 ‘활짝’= IDC는 세계 PC판매량이 올 연말까지 3억1000만대에 도달하며 지난해 2억6900만대보다 15.2% 늘어날 것으로 예측했다. 이는 지난 3월 IDC가 발표한 올해 PC시장 예상 성장률 12.8%에서 큰 폭으로 증가한 것이다. 지난해 PC시장 성장률은 14%였다.
PC시장이 호황을 누리는 것은 노트북PC와 UMPC 등 휴대형 컴퓨터 판매가 급증한데다 인도, 중국 등 거대 인구를 가진 신흥시장에서 저가PC 수요가 점차 일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IDC는 또 인텔의 클래스메이트, OLPC재단의 100달러대 노트북 XO 등이 신흥시장에서 인기를 끌자 대만 아수스텍의 ‘Eee PC’ 등 저가의 보급형 노트북PC 신제품이 쏟아져 나와 올해에만 350만대의 저가 노트북PC가 팔릴 것으로 내다봤다. 이는 전체 PC판매량의 1%에도 못미치는 미미한 규모지만 아프리카 등 아직 PC보급률이 낮은 잠재 시장을 고려할 때 성장 가능성은 매우 높은 분야다.
가트너도 IDC와 예측 수치는 다르지만 역시 올해 시장성장률 전망치를 당초 10.9%에서 12.5%로 상향 조정했다. 특히 데스크톱PC보다는 노트북PC 판매량 성장률이 단연 앞서 올해 35%의 고성장을 기록할 것으로 관측했다.
이는 기존에 데스크톱PC를 보유한 사람들도 새로 구입하는 PC는 작고 가벼워 휴대하기 편리하고 이동하며 사용할 수 있는 노트북을 선호하기 때문이다. 초고속무선인터넷 속도가 향상되고 무선망 보급이 확충될수록 노트북PC 쏠림 현상은 심화될 전망이다.
◇반도체는 ‘울상’= 반도체산업협회(SIA)는 최근 올해 반도체 매출 증가율을 지난해 11월 발표한 7.7%에서 최근 4.3%로 하향 조정했다. 가장 큰 원인은 메모리 반도체 가격 폭락으로 지목됐다. 휴대폰이나 노트북PC 판매 호조로 메모리 반도체 수요는 늘었지만 메모리 단가가 곤두박질치면서 매출은 오히려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할 것이라는 예측이다.
조지 M. 스칼리스 SIA회장은 “올해 1분기 실적 집계 결과 메모리 칩 판매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0% 증가했지만 매출은 34% 줄었다”며 이같은 비관론을 뒷받침했다.
메모리를 제외한 반도체 시장 매출은 올해 7.4%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세계 최대 시장이었던 미국이 경기 불황으로 신음하고 있지만 인도, 중국 등 신흥시장의 수요가 이를 상쇄할 정도로 급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전체 반도체 매출의 14%를 차지하는 마이크로프로세서의 경우 PC와 비디오게임기 판매량 증가에 힘입어 올해와 내년까지 2년 연속 매출 증가율 10%가 넘는 두자리수 성장을 구가할 것이라고 SIA는 분석했다.
조윤아기자 foran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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