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재성/한국마이크로소프트 사장
최근 한국을 찾았던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회장은 날카로운 질문을 던지는 것으로 유명하다. 핵심을 찌르는 속사포 질문을 받게 되면 어지간해서는 진땀을 흘리지 않을 수 없다. 지난번 방한 때도 한국의 교육과 IT인재 양성 상황에 질문을 쏟아내며 한국의 교육 환경, IT를 이용한 u러닝 여건과 함께 IT 인재 양성을 위한 프로그램에 귀를 많이 기울였다. 이는 그가 인재 양성의 중요성을 누구보다 잘 아는 경영자이기 때문이다. 게이츠 회장은 이제 곧 일상적인 경영에서는 물러나지만, 여전히 지식경제 도약을 위해서는 인재 양성이 핵심이라는 점을 지속적으로 설파하고 다닐 예정이다.
IT산업은 인재 싸움이다. 창의력과 혁신이 승부를 가르는 철저한 경쟁에서 승패를 가르는 것은 결국 사람이기 때문이다. 엄청난 인구에 기반을 두고 IT 인력 양성에 박차를 가하는 중국과 인도의 행보에 전 세계가 긴장하는 까닭이기도 하다. 기업을 떠나, 각국 정부에서도 IT인재 양성을 적극 지원하는 이유다. 하지만 정작 국내 분위기는 그리 밝지 않다. 글로벌 IT인재가 없다고 걱정한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IT강국이라는 명성과 달리, 이공계 기피 현상 등으로 정작 앞으로 IT산업을 이끌어갈 국내 학생들의 글로벌 경쟁력이 그리 높지 않다는 지적도 있다. 현장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국내 교수들을 만나봐도 희망적인 목소리를 들어 보기 힘들다.
이런 와중에 최근 기쁜 소식 하나가 전해졌다. 전 세계 젊은이들의 ‘소프트웨어 올림픽’으로 통하는 ‘이매진컵 2008(Imagine Cup 2008)’ 대회에 한국에서 무려 4개 팀이 본선에 진출했다는 소식이다. ‘이매진컵’은 지난 2003년 마이크로소프트 주최로 시작됐지만, 이제는 각국 정부에서 공동 주최를 제안하며 유치전까지 벌이는 ‘IT업계 최대의 경진 대회’로 자리 잡았다. 전 세계 학생들이 각국을 대표해 서로의 IT역량을 가늠하는 ‘올림픽’으로 발전한 것이다. 지난해에는 교육부, 서울시와 공동으로 한국에서 개최했다. 전 세계 수만명 중 예선을 거쳐 이매진컵 본선에 진출하는 학생은 극소수다. 더군다나 한 국가에서 소프트웨어 개발과 응용 등 여러 분야에 대표 팀을 진출시키는 것은 더 드물다. 이번 대회에서 한국보다 많은 팀을 본선에 진출시킨 국가는 중국·미국·프랑스뿐이다. 모두 한국보다는 인구가 훨씬 많은 국가들이다.
올림픽으로 눈을 돌려 보면, 해마다 우리 나라는 상위권 성적을 거두지만, 메달을 따내는 종목의 선수층은 그리 두텁지 않은 게 현실이다. 일부 스타 선수가 한꺼번에 많은 메달을 따내거나, 일부 종목에서만 훌륭한 성적을 거두고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한국팀의 올림픽 성적표는 언제나 ‘불안하게’ 기다릴 수밖에 없다. IT 업계도 상황은 비슷하다. 이매진컵처럼 국제 소프트웨어 올림픽에서 계속해서 좋은 소식이 전해지기를 바라지만 낙관하기는 이르다. 독창적인 소프트웨어를 개발해낼 인력풀이 그리 두텁지 않기 때문이다. 그동안 노동집약적 IT 산업에만 신경을 써 온 탓에 인재 양성에 뒤처져 있기 때문이다. 이 같은 분위기를 바꾸기 위해 지식경제 기반 마련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는 정부가 창의적인 IT 인력을 발굴하고 양성하는 데 힘을 쏟고 있는 것은 참으로 다행스러운 일이다. 이번 대회에 많은 한국 학생이 참가하게 된 것을 계기로 고부가가치를 창출하는 IT 인력 양성에 더욱 관심이 쏟아지길 기대한다. 한국이 글로벌 IT 인재의 산실로 도약해야만 우리에게도 희망이 있기 때문이다. jaesungy@microsoft.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