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아이디어의 끝은 어디인가?

[현장에서]아이디어의 끝은 어디인가?

얼마 전 일본 출장을 다녀왔다. 회사의 미래를 이끌 신제품 개발 동향을 파악하고, 아이디어를 찾기 위해서다. 일본 주요 전자업체가 참가한 국제전시회를 비롯해 최신 디스플레이 동향과 전자부품 기술을 분석했다. 연구기획 업무를 맡고 있는 나는 차세대 신소재 응용 제품에 관심을 갖게 됐다.

하지만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한 채 호텔로 가는 길에 ‘도대체 왜 신제품으로 응용할 아이디어가 떠오르지 않을까’ ‘회사의 미래를 내가 책임져야 하는데’ 하는 생각이 들었다. 호텔에 도착해서 외투를 걸어 놓으려 벽장을 열어본 순간 몸체는 전기다리미, 손잡이는 헤어드라이어인 제품이 눈에 들어왔다. ‘맞아, 이건데’ 하는 감탄사가 나왔다. 상품화된 것은 몇 년 전 일이지만 새로운 아이디어를 찾는 나에겐 신선한 충격이었다.

계속 신제품 아이디어를 찾아다니다 또 한 번 눈을 크게 떠야 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여학생들이 종이컵에 담긴 아이스크림을 먹으려는데 너무 단단히 얼어서 작은 플라스틱 스푼으로 떠먹기가 곤란한 상황이었다. 그중 한 명이 전자레인지로 자신 있게 걸어가더니 플라스틱 스푼을 10초 정도 달구는 게 아닌가. 그리곤 손쉽게 아이스크림을 즐기는 것이다. 기막힌 아이디어다. 10초만 달구어야 한다는 결론을 내기 위해 여러 차례 실험을 했을 것이다.

어쨌거나 짧은 일본 출장 동안 신사업을 위한 소재 발굴이 완벽히 이뤄지진 않았지만 생활 속 아이디어의 발견을 느낄 수 있는 기회였다. 그리고 그것이 우리 삶을 얼마나 윤택하게 하는지를 재조명할 수 있었다. 전자부품산업의 울타리 안에 있는 연구원들은 오른손을 쭉 뻗으면 손 닿는 곳에 아이디어가 있음을 알았으면 한다.

상품은 기술 개발과 함께 이뤄지며, 이것을 실용화할 수 있는 재무구조와 마케팅 능력을 갖춰야 한다. 또 신사업 실현을 강력히 추진하는 CEO가 있다면 블루오션 기업으로 거듭날 수 있을 것이다. 끝없는 아이디어 상품을 만들어 내기 위해 주변을 한번 둘러보자.

황선욱 삼화전기 책임연구원 hswook@samwh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