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12월 3일 세계 게임 업계를 뒤흔든 사건이 일어났다. 블리자드의 모회사인 비벤디가 액티비전을 98억 달러에 인수합병(M&A)한다는 발표였다. 비벤디는 새로운 법인 액티비전블리자드를 만든다고 밝혔는데 그 매출 규모는 2007년 말 기준으로 38억달러에 달했다.
세계 게임 산업에서 독주하던 EA를 능가하는 공룡 기업의 탄생은 시장 질서 재편의 서곡이었다. 비디오게임 업체와 온라인게임 업체가 서로를 소 닭 보듯 하던 시대를 지나 의욕적으로 힘을 합치기 시작하면서 더 이상 분야의 구분이 없는 무한 경쟁이 불가피해졌다.
이에 대해 김택진 엔씨소프트 사장은 “액티비전과 블리자드의 합병은 게임 산업이 본격적인 글로벌 경쟁에 돌입했음을 보여주는 사건”이라며 “공룡 기업의 등장은 국내 온라인게임 업체의 해외 시장 진출에 긍정적 효과를 가져오지는 않을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액티비전블리자드의 등장이 국내 게임 업계에 시사하는 바는 명료하다. 게임 시장에서 더 이상 플랫폼이나 장르의 구분은 무의미하며 대형 업체끼리 힘을 합쳐 더 큰 시너지 효과를 노린다는 사실이다. 한 마디로 가장 강한 자들이 모여 최고의 시장 지배력을 노리는 셈이다.
최근 국내 게임 업계에서 일어난 M&A를 살펴보면 이와는 사뭇 다른 양상을 보여준다. 위정현 중앙대 경영학부 교수는 “티쓰리엔터테인먼트의 한빛소프트 인수는 이제 막 성공한 개발사가 노쇠한 퍼블리셔를 흡수한 사례고 NHN의 웹젠 대주주 등극은 거대 자본을 축적한 퍼블리셔가 궁지에 몰린 개발사를 사는 양상”이라고 설명했다.
위 교수는 “가장 높은 M&A 효과는 현재 국내 게임 업계의 선두를 달리는 우량 기업 간의 빅딜에서 기대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 때문에 게임 업게에서는 보다 크고 우량한 게임 업체들 간의 M&A가 필요하다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반면 게임 업계 양강인 엔씨소프트와 넥슨, 그 뒤를 쫓는 CJ인터넷이나 네오위즈게임즈 등 선도 업체들은 상대적으로 M&A에 소극적 태도를 보이고 있다.
예를 들어 엔씨소프트는 분기 실적 발표 때마다 컨퍼런스콜을 통해 “수천 억대의 자금이 있으며 이를 바탕으로 M&A에 적극 나서겠다”고 밝혔지만 정작 이렇다할 결과물은 없다.
이와 함께 꾸준한 M&A 전략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세계 게임 업계의 양강 중 하나인 EA는 지난 82년 설립 후 10년이 지난 91년부터 본격적인 M&A 전략을 펼치기 시작했다. 최근 발표된 한국의 핸즈온모바일 인수까지 EA는 무려 21건의 M&A를 성사시켰다. 그 결과 EA는 4조 원에 가까운 매출을 올리며 비디오게임에서 PC패키지, 온라인, 모바일을 망라한 게임 왕국을 만들었다.
장동준기자 djj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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