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미래를 보고 희망을 쏜다

 두꺼운 서류 뭉치를 들고 찾아온 고객이 있었다. 환경관련 사업을 하는 K사 사장이었다. 5년 전 창업해 기술 개발에 전념한 결과, 보유한 특허가 10개가 넘었다. 정부에서 추진하는 연구과제도 많이 수행했다. 작년 매출액 6억원. 사업화 자금을 받기 위해 사업장 인근의 금융사를 다 찾아가 보았다며 한숨을 내쉰다. ‘담보를 제공할 수 있느냐’ ‘매출액이 얼마냐’ 등 금융사마다 판에 박힌 말에 자신감이 많이 빠졌단다.

 “저희는 회사의 기술성, 사업성, 시장성, 성장가능성 등 미래 가치를 평가해 지원하고 있습니다. 잘 오셨습니다. 사장님 회사같이 기술력으로 승부를 거는 기업을 위해 기보는 존재하고 있습니다.”

 기술보증기금은 기업의 미래를 보고, 희망을 지원한다. 기술력 있고 성장가능성이 있는 기업을 발굴해 그 기업이 성공(코스닥에 진입)할 때까지 지원한다.

 최근 이런 기술금융 평가 시스템에 제동이 걸렸다. 정부의 보증기관 통폐합 논의가 그것이다. 현장에서 일하는 우리는 억울한 면이 있다. 기보는 보증기관이라기보다는 기술평가기관이라 부르는 것이 정확하다. 그래서 통폐합 논의 자체가 힘 빠지게 한다.

 매출액이 많고, 재무평가가 좋은 기업들은 일반 금융기관 등에서 쉽게 지원을 받는다. 그러나 기술혁신형기업들은 매출액이나 재무평가시스템에 의해 지원을 받기는 현실에서 너무나 어렵다. 도산 리스크도 훨씬 높다. 그런 기업들을 모두 도외시한다면 대한민국에서 기술개발이나 기술창업은 기대하기 힘들다. 기보가 도입한 기술평가시스템은 기술과 금융이 체계적으로 연계된 세계에서 처음으로 시도한 독보적인 제도다. 한마디로 ‘기술 프렌들리(tech friendly)’ 지원체계를 구축해 왔다.

 누구나 쉬운 길을 가기를 원한다. 기보가 선택한 길은 남들이 선택하지 않은 험난한 길이다. 어려운 길을 선택해 그 길을 꾸준히 걸어왔다. 그리고 우리가 걸어가는 길이 대한민국 모든 중소벤처기업이 세계적인 기업으로 성장하는 데 초석이 되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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