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즈음 촛불 시위로 지난날 5·16, 5·18, 6·3, 6·10을 거친 세대는 불안함을 감출 수 없다. 평화적 시위라는 데도 말이다. 언론에 보도되려면 뉴스 거리를 만들어야 하는데 평화적 시위가 무엇인가. 그것보다도 무엇을 주장하는 시위인가. 미국산 쇠고기를 수입하지 말자는 얘기인가. 중국산 비아그라 복제품을 밀수하다가 적발되는 사건이 자주 보도되는데 수입 금지된 싼 쇠고기는 밀수하지 않을까.
물가가 이렇게 오르는 시기에 특정 국가의 저렴한 쇠고기를 아직은 위험이 매우 작은 광우병을 이유로 수입 금지하겠다는 주장은 불합리하다. 영국에서 20년 전 발생한 광우병 사태는 당시에는 상당히 심각했다. 결국 과학적인 이유를 찾지 못했고 동물성 사료를 먹이지 않는 것으로 결론을 냈다. 그러나 아직도 영국의 축산업이나 육가공업은 침체를 면치 못하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의 인사정책을 향한 불만이 표출된 것이 촛불 시위라는 보도도 있다. 국회 청문회도 끝난 이 시점에 업적을 보지도 않고 대통령 비서, 장관들을 경질해야 한다는 주장은 좀 이르다. 시위 문화라는 것이 시위를 하는 사람들도 자기 주장을 할 수 없는 집단행동이다. 더구나 시위하는 사람들 각자의 주장이 엇갈리면 언론이 집단 주장이라고 하는 것이 그냥 시위대의 주장이 돼 버린다. 시위에 참여하는 개인들의 주장들이 관철됐다고 시위가 끝날 것인가. 과연 대통령은 무엇을 하려 했는데 국민들이 반대해 방향을 바꾸었는가.
정치는 복합계에서 일어나는 현상이라 그렇다고 생각하자. 그러나 촛불 시위하는 개인들은 영국의 광우병 사태로 영국의 축산업 및 육가공업계가 침체에 빠져 20년 후에도 벗어나지 못하고 있고, 1950년대 미군 철수하라고 반미 데모를 하면서 경제가 침체하기 시작한 필리핀은 아직도 한국 경제 발전을 자기네들은 도저히 달성할 수 없는 기적처럼 보고 있다. 우리의 새 정부는 무엇을 하려고 하는가. 전 국민 영어 교육이 중요하다고 했다. 젊은이들 일자리가 중요하니 경제가 성장해야 한다고 했다. 국제 원자재 가격이 상승해도 물가 안정이 우선이라고 했다. 대운하 계획은 4대 강 유역 개발을 먼저 한다고 했다. 교육은 정부 규제를 배제하고 경쟁체제로 개혁하겠다고 했다. 국영기업은 민영화하겠다고 했다. 얼핏 보면 모두가 서로 강력하게 연관되는 복합적인 변화다. 새 정부는 서로 강력하게 엉킨 정책을 하나하나 풀어내는 묘책이 있는 것인가. 문제는 유권자들과의 솔직한 의사 소통이다. 유권자와 정부 사이에는 언론이 있다. 이 삼자가 서로 이해 상반되는 일을 투명하게 풀어가는 것이 정치다. 언제든 손해 보는 측이 가장 큰소리로 떠들어댄다. 그러나 큰소리를 내는 측이 반드시 집단 의사를 대표하는 것은 아니다.
정부가 우선 순위를 결정해야 한다. 물가 안정을 위해 이자율을 낮추고 공공 요금을 동결하면 성장은 물 건너간 얘기다. 물가·환율·수출은 어떻게 해야 하는가. 친기업적 환경은 노사 화합에서 온다. 기초 생활비와 인건비 상승은 어떻게 하려는가. 중소기업과 대기업 관계는? 광우병 우려가 있는 쇠고기는 소비자가 구매하지 않을 것이고, 팔리지 않는 상품은 정부가 허가해도 수입자가 수입하지 않는 것이 시장 원리다. 정부가 일일이 관여하던 시대는 지났다. 민주주의, 시장경제 발전을 왜 원점으로 돌리려는가. 강력한 정부는 시장에 참여하지 않고도 시장 질서를 투명하게 유지할 수 있다. 밤 늦게까지 열심히 일하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라 기본으로 돌아가야 한다.
배순훈 KAIST 부총장 soonhoonbae@business.kaist.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