윈도XP 공급이 중단되면 PC업계는 당분간 혼란이 불가피하다. 더 큰 문제는 당사자인 마이크로소프트(MS)와 PC업체가 상황 인식에서 해결책까지 여전히 ‘엇박자’를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해법의 실마리를 쥐고 있는 양측이 팽팽한 신경전을 벌이면서 사태는 일파만파로 확대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MS가 윈도XP 공급 중단을 선언한 지 6개월이 지났지만 전혀 상황이 바뀌지 않은 배경도 이 때문이다.
삼성전자·LG전자·삼보컴퓨터 등 PC업계는 XP 단종에 따른 MS의 소극적인 태도를 맹비난하고 있다. MS가 전 세계 운용체계(OS) 시장의 80% 이상 장악한 점을 이용해 문제 해결을 위한 칼자루를 쥐고 있지만 사실상 손을 놓고 있다는 의견이다.
PC업계의 한 관계자는 “XP 단종을 확정한 시점 이후 지난 6개월 동안 MS 홈페이지에 이를 알리는 단 한 줄의 공지가 없을 정도로 무책임한 태도로 일관했다”며 “윈도XP 이후 대비책은커녕 기본 홍보조차 제대로 진행하지 않아 문제를 더욱 키운 격”이라고 말했다.
한마디로 상황을 보는 시각차가 너무 커 공동으로 해결책을 찾는다는 일 자체가 불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사실 이는 MS 측에서도 일부 인정하고 있다.
MS는 ‘윈도98’에서 ‘윈도XP’로 전환할 당시에도 과도 체제가 있었다며 새로운 OS로 바뀌는 과정에 일정 부분의 시행착오는 불가피하다고 반박하고 있다. 게다가 MS는 XP사용을 원하는 고객을 위한 몇 가지 해법을 마련해 놓았다며 ‘완전한’ 공급 중단은 아니라는 설명이다.
MS는 먼저 조립업체에 공급하는 시스템 빌더용 윈도XP는 내년 1월까지 연장하기로 했다. 또 ‘윈도 비스타 비즈니스’와 ‘얼티메이트’를 설치한 고객에도 내년 1월까지 윈도XP로 다운그레이드가 가능하도록 길을 터 논 상태다. 사양이 낮은 10.3인치 크기의 저가형 PC에 한해서도 2010년까지 윈도XP를 공급할 계획이다.
유재성 한국MS 사장은 “윈도XP와 관련해 홍보가 미진했던 건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하루아침에 윈도XP가 완전히 중단되는 상황은 발생할 수 없다”며 “윈도XP와 비스타가 당분간 공존하는 기간을 거쳐 결국에는 새로운 플랫폼으로 시장이 점차 바뀔 것으로 낙관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여전히 논쟁의 불씨는 남아 있다. 관건은 윈도XP 연장 사용에 따른 비용 문제다. 윈도XP로 다운그레이드가 가능한 비스타 비즈니스 등은 기존 윈도XP 버전에 비해 상당히 비싼 상황이다. 이에 따른 비용은 결국 PC업체 혹은 소비자가 떠안아야 한다. 또 윈도XP를 사용할 수 있는 저가형 PC는 ‘1㎓ CPU· 1Gb 메모리· 80Gb 하드디스크’ 사양 등으로 사실상 국내에서는 폐기 처분하는 PC 수준이라는 지적이다. MS로서는 전혀 손해 볼 것 없는 장사인 셈이다. ‘눈 가리고 아웅’ 식의 미봉책이 언젠가는 MS에 ‘부메랑’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는 배경도 이 때문이다.
강병준기자 bjka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