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세기 초 미국의 한 과학잡지는 심령현상을 실제로 입증하는 사람에게 상금을 지급하겠다고 공표했다. 이에 많은 사람이 상금을 받기 위해 심사에 참여했다. 심사위원으로 참석한 과학자들은 참가자 중에서 사물을 투시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고 주장한 어떤 사람에게 속아넘어가 거의 상금을 지급할 뻔했으나, 끝내는 당시 최고의 마술사 후디니에 의해 그가 사용한 트릭을 간파당했다.
직장 생활을 하다 보면, 진실을 말하고서 정면 돌파를 하기보다는 작은 거짓이나 속임수를 써서 상황을 모면하고 싶다는 유혹이 간혹 생기게 마련이다. 특히 대외 홍보 업무는 그 속성상 더욱 정확한 사실을 알려야 하지만, 이와 동시에 회사에 이익이 되는 방향과 관점을 최대한 감안해야 한다. 이 때문에 대외 홍보 업무를 하는 사람들은 더더욱 작은 거짓이나 트릭의 유혹에 끌리게 되는 일이 자주 생긴다.
반면에 홍보 업무를 하면서 내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위와는 반대로 정확한 사실을 주고받음으로써 상대방과 신뢰관계를 구축하는 일이다. 신뢰 수준이 높을 때 커뮤니케이션은 즉각적인 힘을 발휘하게 되지만, 그 반대의 경우라면 심지어 자세히 들으려 하지 않는 일까지 생기기 때문이다.
한번은 공장에 아주 잠시 동안 정전이 일어난 적이 있었다. 마침 이를 취재한 기자가 홍보팀에 사실을 확인하려 전화를 했고, 내가 정전이 일어난 것이 사실이며 약간의 피해가 발생했다고 솔직하게 답하자 외려 굉장히 의아하다는 반응을 보인 적이 있었다. 아마도 대부분의 경우, 확답을 피하거나 사실을 숨기려 하는 태도를 많이 봐왔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사실 그대로를 이야기함으로써 그 기자에게 신뢰를 줄 수 있었고 이러한 신뢰는 이후에 커뮤니케이션하는 데 훨씬 도움이 됐던 것으로 기억된다.
잠깐의 눈속임이나 꼼수는 서두의 일화에서처럼 결국에는 그 거짓이 밝혀지고 만다. 진실이야말로 신뢰를 쌓는 유일한 방법이며, 이렇게 구축된 신뢰는 서로에게 설득력을 갖게 한다. 따라서 회사가 그 비전과 경쟁력을 정확하게 커뮤니케이션하고자 한다면 거짓됨이 없는 진실함으로 사회와의 신뢰 관계를 끊임없이 구축해 나가야 한다고 확신한다.
이상욱 LG디스플레이 대리 aimhigh@lgdispla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