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한 번쯤은 크고 작은 꿈을 이루기 위해 계획을 세우고, 작은 것부터 실천해 나가는 즐거움을 경험해 봤을 것이다. 존경받는 교육자나 석학, 노벨상을 받은 과학자나 세계적으로 브랜드를 알린 기업인들의 성공 스토리에서는 장기적인 관점의 계획과 목표 그리고 이의 실행을 뒷받침해 준 그들의 열정과 인내를 엿볼 수 있다.
백년지대계는 교육이나 산업 경쟁력의 근본인 과학기술도 마찬가지다. 장기적 관점의 계획과 이의 실행에 대한 열정 그리고 성과를 기다리는 인내, 또 무엇보다도 안정적이고 일관된 정책적 지원이 뒷받침돼야 성공을 기대할 수 있다.
신정부 출범과 함께 기존의 과학기술부와 교육부가 통합돼 교육과학기술부로 재편됐다. 교육과 과학기술이 통합 운영되는 국가로는 일본·독일·프랑스가 대표적이다. 우리나라와의 차이라고 한다면 이들 나라는 안정적인 교육제도가 정립돼 있었고, 이를 바탕으로 국가 과학기술력 배양을 위한 최초의 공과대학교 설립, 공학전문대학인 폴리테크닉의 설립, 대규모 연구소 설립 등 세계적으로 선구자적인 정책을 실행해 성공했다는 점이다.
우리나라의 과학기술은 해방 이후 짧은 기간 동안 고속의 성장을 거쳐 놀라울 정도로 산업기술의 축적에 성공했다. 서양과 달리 자체적인 과학혁명을 이룩한 경험이 없었던 나라에서 이렇게 괄목할 만한 과학기술을 갖추게 됐다는 것은 세계적으로도 드문 사례일 것이다. 특히 항공우주 기술의 발전은 우리나라 과학의 역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성과라고 할 수 있다. 인공위성 분야에서는 다목적실용위성 1호와 2호 개발, 과학로켓과 과학위성 개발 성공 등으로 현재 세계 10위권의 우주 경쟁력을 갖춘 국가로 당당히 자타가 공인하는 수준이 됐다. 발사체 분야에서도 과학로켓 1호, 2호의 성공적 발사와 국내 최초의 액체추진기관을 이용한 과학로켓 3호의 발사 그리고 유인 우주개발 시대를 예고하는 우주인 배출 사업 등과 같이 그동안의 안정적인 정부 정책을 바탕으로 성공적 신화를 이어가고 있다.
올해 말 세계 여덟 번째로 인공위성의 자력 발사를 목표로 하고 있는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의 과학자들은 지금 밤과 낮이 따로 없다. 그들이야말로 국가 미래의 성장동력을 찾고 있는 프런티어들이다.
문제는 과학기술 정책의 일관성이 담보되는지 하는 점이다. 사실 신정부 출범 이후 정부의 교육과 과학기술의 통합으로 인해 기대와 우려가 여전히 공존하고 있다. 다행인 것은 그나마 여러 우여곡절을 겪으면서도 교육계와 과학기술계가 이제야 비로소 안정을 찾아가고 있다는 점이다.
그런데 최근의 광우병 사태가 정치적 문제로 확대되면서 급기야 과학교육계에 미치게 될 여파가 우려된다. 신정부의 교육과학계 정책을 총지휘하는 정책 결정권자의 경질설도 나돌고 있다. 교육계뿐 아니라 과학계에서는 그래서 정책 혼선에 대한 우려가 클 수밖에 없다.
지난 1966년 KIST의 설립을 필두로 우리 과학기술계는 과학입국을 위해 때로는 척박한 여건에서도 숨가쁘게 달려왔다. 과학기술 선진국의 진입을 앞둔 지금은 교육과 연구개발의 안정적인 환경을 마련할 수 있는 일관성 있는 교육과학의 정책이 필요한 시기다. 전략과 실행, 인적자원이 제대로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안정적인 사회기반이 필요하다는 것은 손자병법 이래 이어져 온 경영의 상식이다. 크고 작은 사회·정치적 문제가 야기되고 여론이 정부와 여당에 불리해 질 때마다 정책 결정권자를 경질하는 것이 최선이 될 수는 없다.
한미 쇠고기 협상은 신정부 최대의 과오다. 이는 이명박 정부의 최대 위기를 불러왔다. 정책 수장의 교체는 또 적지 않은 학습과 혼선이 뒤따른다.
교육과 과학정책은 한번 흔들리고 나면 회복하는 데 아주 많은 시간이 걸린다. 시간을 다투며 무한경쟁을 해야 하는 과학기술의 세계에서 시간은 곧 경쟁력 그 자체인데 말이다. 허희영 한국항공대학교 항공·경영대학장hyhur@kau.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