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냐, 변화냐’
뉴스위크 최근 호는 빌 게이츠가 없는 마이크로소프트(MS)에는 각종 위기가 도사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달 말 빌 게이츠 회장이 자신의 분신과도 같았던 회사를 떠날 예정인 가운데, MS가 이를 어떻게 극복하느냐에 따라 한 시대를 풍미했던 빌 게이츠 시대가 성공적으로 종료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빌은 위기를 두고 떠난다 = 10년 전 실리콘밸리 벤처업체들은 감히 MS에 대항한다는 것을 꿈을 꾸지 못했다. MS가 하는 비즈니스라면 사업을 아예 접었다. 지금은 다르다. 실리콘밸리 젊은 창업자들은 “MS가 누군데?”라는 식이다. 폴 그라함 웹 창업 전문가는 “마치 80년대 가수 배리 마닐로우를 말하면, 배리가 누구냐고 묻는 것과 똑같은 반응”이라고 전했다. MS는 지금도 독점 기업에 가까운 점유율을 자랑하고 있지만, 범접할 수 없었던 ‘고릴라’에서 상대해볼 만한 ‘침팬지’ 정도로 전락했다는 것이 뉴스위크의 평가다.
실제로 MS의 주가는 5년째 꿈쩍도 하지 않는다. 최근 반독점법으로 MS에 거액의 벌금을 물린 유럽연합(EU)도 아직도 감시의 눈길을 떼지 않고 있다. 여기에다 최신 운용체계(OS)인 ‘윈도비스타’는 거의 수습하기 힘들 정도(disaster)’다. 윈도비스타를 XP로 오히려 다운그레이드해 달라는 PC업체와 힘겨운 씨름 중이다. MS를 다각도로 위협하고 있는 구글에 대해서는 검색점유율 측면에서도 온라인 광고 매출 측면에서도 제대로 대응한 것이 없다는 게 중론이다. 최근 시도한 야후 인수는 실패로 끝났다.
물론 이 정도 위기는 MS 성장사에 늘 있었던 것이다. 문제는 ‘빌’ 만큼 싸울 수 있는 사람이 MS 내부에 있느냐는 점이다.
MS 차세대 리더 중 한 명으로 꼽히는 레이 오지 최고소프트웨어 개발책임자는 “구글이 존재하지 않았더라면, MS가 구글을 만들었을 것”이라고 항변했다. 그는 “빌 게이츠의 퇴임 준비기간이라는 변수가 있어서 구글이 성장했던 것은 사실이지만, 구글 역시 지난 세월동안 MS를 거쳐간 경쟁자들과 다를 바 없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발머, ‘솔로 시대’ 맞을 수 있나 = 스티브 발머 현 CEO가 그 자리에 오른 것은 무려 8년 전인 2000년이다. 게이츠 회장은 2004년부터 회사를 떠날 예정이라고 공식화했고 2006년부터 떠날 모양새도 갖춰 나갔다. 그러나 비즈니스에 미치는 게이츠 회장의 목소리는 여전히 크다는 것이 안팎의 평가이다. 지금도 SW의 중요성을 역설하는 그의 메시지를 듣고 있으면, 앞으로 10년은 더 있을 사람처럼 보인다는 것이다.
발머 CEO는 드디어 게이츠 회장의 그늘에 벗어나 마침내 ‘솔로’가 됐다는 점에 편안함을 느끼고 있다. 그는 게이츠가 쓰던 사무실로 자리를 옮기면서 상징적으로 자신의 기분을 드러냈다.
퇴임 후에도 게이츠 회장은 MS 이사회 비상근 회장으로 활동할 예정이며 일주일에 1번씩 회사로 출근한다는 소식이다. 특히, 빌 게이츠 회장은 윈도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 특히 ‘윈도7’은 게이츠 회장이 현업을 떠난 뒤에도 가까이서 진두지휘할 프로젝트라는 것이다.‘빌이 회사에 일주일에 1번만 온다고 해도 e메일로는 수시로 보고를 받을 수 있지 않겠냐’는 이야기마저 들린다.
류현정기자 dreamsho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