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1월 미래에셋증권이 영국 비즈니스 첫발을 내딛을 무렵 런던뱅크 지역에서 한국계 유가증권 트레이더를 만난 적이 있다. 전날 저녁에 현지 기관투자자들을 ‘접대’하기 위해 두세 시간 서서 ‘대화’만 했다는 그는 피곤한 기색이 역력했다. 주거니 받거니 폭탄주가 새벽까지 돌아가는 ‘코리안 스타일’보다 영국에서의 영업이 더 힘들다는 것이다. 문화의 차이가 해외 비즈니스에서 얼마나 큰 비중을 차지하는지 말해주는 대목이다.
얼마 전 나는 뭄바이의 옛 금융 중심지 ‘나리만 포인트(Nariman Point)’에서 늦은 저녁회의를 진행했다. 회의 내내 법률 자문회사의 변호사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왜 그러지, 내가 틀린 말을 하고 있나’ 하는 의문과 함께 갑자기 내 마음이 불편해졌다. 그러나 나중에 이 일은 단순한 해프닝으로 결론났다. 인도인에게 긍정의 의미는 고개를 ‘끄덕끄덕’하는 게 아니라 ‘설레설레’한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이다. 인도 문화를 알지 못했기 때문에 괜한 오해가 발생할 수도 있었다.
우리가 사는 오늘은 ‘글로벌화’란 말이 일반명사화된 시대다. 세계를 무대로 비즈니스하기 위해서는 낯설더라도 현지 문화에 녹아들어가려는 마음가짐이 요구된다. 특히 금융업은 ‘휴먼 비즈니스’ ‘네트워크 비즈니스’라고 일컬어질 만큼 고객과의 관계형성은 중요하다. 세계 각국의 현지 사정과 문화를 세심하게 고려하는 등의 토착화 전략은 세계를 무대로 하는 기업에는 이제 충분조건이 아니라 필요조건이 됐다.
우리 안에 글로벌 마인드를 함양하고, 젊은 인재들이 국제적인 안목을 가지고 성장할 수 있도록 배려해야 한다. 그렇게 돼야 우리 금융산업이 신성장동력으로 자리 잡아 세계를 향해 뻗어 나갈 수 있다.
영국·미국 등 선진국은 물론이고 중국·인도·브라질·러시아·중앙아시아 등 세계 곳곳에서 우리 금융업의 글로벌화는 진행되고 있다. 근면함과 우수한 두뇌를 바탕으로 벌어지는 경쟁. 이른바 ‘총성 없는 전쟁’인 금융 비즈니스에서 우리는 빈번하게 ‘다름’을 접할 것이다. 그 ‘다름’을 온몸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관용을 품을 수 있을 때, 우리 금융의 진정한 글로벌화가 가능할 것이다.
이주형 미래에셋증권 전략팀 과장 jlee@miraeasset.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