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인터넷 사이트에서 불법 복제폰을 판매하는 푸 젠강은 최근 일명 ‘하이폰’의 업그레이드 작업에 열중하고 있다. 노골적으로 애플의 아이폰을 베껴 저가에 판매하는 ‘하이폰’은 저임금 노동자에게 한창 어필하고 있다.
월 수백 대 이상의 짝퉁폰을 판매하는 그는 “노키아 사용자는 우리 제품에 관심이 없지만 닝보버드(중국 대표 휴대폰 브랜드) 사용자는 주요 고객”이라며 “농부·이주노동자 등이 값은 싸지만 기능은 다양한 하이폰에 열광한다”고 말했다.
24일 로이터는 최근 중국 대표 토종 휴대폰 업체들이 극심한 저가폰 경쟁과 해외 브랜드에 밀려 추락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하이폰’에 무너지는 중국 토종 브랜드=중국은 전세계 최대의 휴대폰 시장이지만 닝보버드·아모이 등 토종 브랜드들은 노키아 등 해외 업체가 시장의 70% 이상을 차지한 가운데 올들어 중국 짝퉁폰 업체들의 공습으로 맥을 못추고 있다.
로이터에 따르면 수 년 전만 해도 시장에서 위세를 떨쳤던 닝보버드는 지난 1분기에 3400만위안(약 51억원)의 손실을 입었다.
아모이도 같은 기간 손실이 1억2100만위안(약 182억원)에 달했다.
베이징 CCID컨설팅의 지앙 리펑 애널리스트는 “최근 2년간 ‘케이터치’와 같은 무명 휴대폰 업체가 뜨고 닝보버드와 같은 선두 브랜드가 몰락했다”며 “지난해 중국에서 팔린 1억7000만대의 휴대폰 중 7000만대가 불법 미등록 제품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불법폰, 끝없는 가격 추락=중국 당국의 통계에 따르면 선전 지역에만 600여개의 휴대폰 제조업체와 300여개의 부품 업체가 가동 중이다.
한 때 선전에서 휴대폰 공장을 운영했던 주 시앙은 “과거에 TV 리모컨·MP3플레이어를 생산했던 소형 공장들이 이 시장에 대거 뛰어들면서 가격 경쟁이 극심해졌다(bloody)”며 “지난 2006년 100위안 짜리 휴대폰이 지난해 50위안, 지금은 20위안 수준으로 가격이 떨어졌다”고 토로했다.
중국 통계청은 지난 5월 휴대폰의 평균 가격이 1년 전보다 20% 이상 떨어졌다고 밝혔다.
△소형 업체 지속적 생존은 어려워=그러나 전문가들은 이같은 영세 업체들이 지속적으로 살아남기 어렵다고 전망했다.
선전의 휴대폰 제조업체인 페렉스일렉트로닉스의 렌 퀴안은 “중국 내 영세 휴대폰 공급업체들은 이미 임금 및 생산 비용의 상승으로 한계에 부딪쳤다”며 “수익률 감소와 비용 증대로 문을 닫는 공장이 늘어나는 추세”라고 분석했다.
김유경기자 yukyung@